58년 개띠의 하루

예쁘기 때문에 꽃이라고 불렀을까요?  꽃이라고 불렀기에 예쁜 것인가요?  예뻐도 너무 예쁜 꽃 그림을 친구가 메일로 보내줬습니다. 물론 사진 찍은 이의 기술과 조작으로 만들어낸 작품이겠지만 아름답다는 말, 예쁘다는 표현으로는 대변할 수 없는 신비스럽고 눈물이 날 것만 같은 황홀한 꽃 사진입니다. 58년 개띠인 내 친구는 평생 몸담았던 연구실에서 퇴임을 당했습니다. 수재니 천재니 하는 부러움과 자랑 속에서 살았지만 세월은 피해 갈 수가 없었나 봅니다. 물론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낯설은 세상에 버려졌다는 좌절이 친구를 괴롭혔습니다. 아침이면 출근길에 나서고 싶고,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고 싶어 하는 지식과 경험들은 친구를 괴롭혔고 가정을 무너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착한 아내 덕에 이혼은 당하지 않고 서로가 자유롭게 떨어져 살기로 합의를 해 주었습니다. 아내는 지방으로 시집간 딸하고 살고 친구는 서울에서 혼자 지냅니다. 가끔씩 아내는 밑반찬도 챙겨주고 집안 대 소사에도 함께 갑니다. 그렇지만 가기 싫고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서로가 강요하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지난 세월을 보상 받으려는지 친구의 일과표는 무척이나 살벌합니다. 잠자는 시간도 거의 없는듯한데 어느 날은 새벽 3시 반에 메일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메일을 보고는 혹시 친구가 외롭고 우울한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됐습니다. 그러나 나는 친구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위로도 하지 않았는데 여행 간다며 공항에서 전화를 하더군요.

그때도 나는 왜 갑자기? 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선물 사와라 하고 보내 주었습니다.  20여 일 동안 친구에게서는 꽃 그림도 메일도 없었고 나는 색다른 뉴스에 관심을 보이며 지냈습니다. “ 문자 왔어, 문자 왔어,,,< 친구, 코엑스 메가박스 앞인데 나오셔>이십일 만에 문자로 보내온 친구가 살아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메가박스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멀리서도 친구의 모습은 또렷하게 보였는데. 항상 넥타이에 정장차림으로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친구의 변한 모습이 개콘에 나오는

꽃 거지 같았습니다. 길거리에서 왜 음식을 먹느냐 하던 사람이 헝클어진 머리는 염색도하지 않았고 손에는 "와플을 들고 뜯어 먹고 있었기에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그 모습, 노숙자 같은 모습에 내 마음이 짠해졌었는데, 차 한 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성숙해진 친구의 거인 다운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친구가 가정까지 무너트리며 방황했던 것은 자기 자신을 내려놓지 못해서였습니다.

“ 내가 누군데, 내가 어떤 사람인데,, 나 없이는 잘되지 않을 텐데 ,, 감히 나를 밀어낸단 말인가?   그런 생각들이 친구를 화나고 좌절하게 만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달랑 배낭 하나 메고 떠난 이름 모르고 사람 모르는 멀고 먼 남에 땅에다 버리고 왔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니 새털처럼 가볍고 기쁘다고 하였습니다. 호주의 어느 식당에서는 밥값 대신 설거지를 해 주었다는데 설거지를 잘 했다며 홀 서빙까지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자랑스럽게 웃었습니다. 친구는 5개 국어까지 할 수 있으니 그 식당 주인이 탐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물론 친구가 돈이 없어서 그 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냥 해 보지 않았던 짓을 하고 싶었던가 본데효과가 아주 좋았나 봅니다.  58년 개띠 내 친구는 “상근이처럼 우아하지는 않지만 우직하고 건강한 “복실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제는 가정으로 돌아가서 착한 아내의 “삼식이가 되여 아내에게 여행담을 들려주고 있을 것입니다.  친구!  미움받지 않는 삼식이가 되려면 설거지는 책임져야 하는 것 알지요?  아내의 커피는 물론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