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할 때다.  

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전파속도가 맹위를 떨치면서 세계의 중요한 이슈들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남‧북‧미의 한반도 외교도 사실상 중단상태다.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던 미‧중 간 패권경쟁이나 한국의 총선, 북한의 도발, 미국의 대선마저도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하나하나가 실시간 톱뉴스가 되는 초미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세계가 ‘코로나19’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이 뒷전이 되었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역사는 쉼 없이 작동되고 있다. 우선 한반도에선 3월 중순에 실시하려던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나 취소가 거론되고 있고 한미 간 방위비 협상도 진행 중이다. 1인 독재체제로 장기집권을 꿈꾸던 중국 시진핑은 바이러스 발원지라는 오명에다 대만문제 등 잇따른 난제를 만나 고속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의 아베는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부패스캔들과 ‘크루즈선’ 방역 미숙으로 올림픽 연기는 물론 실시 여부까지 불투명해 자리보전이 위태롭다. 중동은 여전히 혼미하고 미국은 이미 대선이 불붙었다. 유럽정세 또한 영국이 EU를 떠나면서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세계는 이처럼 재난의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굴러가고 있다. 위기가 닥쳤다고 해서 멈추어지지 않는다.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국가의 안위고 빈틈없는 행정이다. 이런 때일수록 외교는 더 빛을 발해야 하고 방위태세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총선국면이다. 여야의 극단에 치우친 정치적 수사가 난무하고 국민들도 앙쪽으로 갈려있다. 정부의 관리책무가 막중한 이유다.

지난해 한반도 정세는 매우 실망스럽고 어두운 한해였다. 연말에는 온 겨레의 열망이었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명제가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정부는 새해를 맞아 대화의 불씨를 살려보려고 했으나 북미가 응하지 않았다. 결국 북미회담은 무산됐고 남북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도 코로나가 앗아가 버렸다. 북한은 이 와중에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발사체가 어떤 종류고 그 의도가 무엇이든 대단히 잘못된 처사다. 세계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이때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남쪽 국민들에게 재난극복의 위로서신을 보낸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남북정상들이 친서를 교환하고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많을수록 바람직한 일이기에 그렇다.

 ‘코로나19’ 재난은 언젠가 퇴치될 것이다. 고난 속에서도 우리는 내일을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구축하는 일은 우리 겨레가 멈출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해당부처는 밤을 새워서라도 재난 이후를 대비하는 플랜을 지금 준비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냉철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치명적 패착(敗着)은 없었는지 면밀한 복기가 필요하다. 그 토대위에 새로운 비책이 나와야 한다. 무조건 나서거나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것은 남‧북‧미 모두가 공히 자성해보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남과 북은 한반도의 당사자들이다. 남의 탓을 해서는 안 된다. 북미회담은 그렇다 해도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인 것은 공동책임이 있다. 남북은 책임을 통감하고 대화의 장부터 만들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북미대화는 어렵다. 양측 모두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대북라인을 공백수준으로 만들어 버렸고 북한도 미국에 대해 빗장을 걸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마저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는 하루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북한을 끝까지 껴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대통령도 해군사관학교 임관식에서 한반도 운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새판짜기와 함께 대국적 사고가 필요하다. 지나친 신중함에서 벗어나 실기하지 않는 빠른 결단이 요구된다. 정책의 모호성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사면초가에 몰려 어려움을 겪은 것도 다 여기에 기인한 것이다. 

첨예하게 이해가 상충하고 있는 북미를 상대로 중재자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 양측을 만족시킬 만한 카드는 적고 그들로부터 공격받을 일은 많다. 지금부터라도 돌출되는 사안마다 분명하고 확실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제 우리 국력이 그럴 때가 되었다. 그것은 북미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세계 어느 나라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감수하고 이겨내야 한다. 국민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고 미래로 나아가는 바른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