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데 여관에 들어갈까?

내 첫사랑 남자는 법대생이었다. 그것도 하이 스카이급의 명문대였으니 남자의 동물적인 본성은 학벌하고는 관계가 없는 듯도 하다.

나는 여고 2학년, 그는 법대 2학년 이였으니 나이만으로 계산하면 안 될 것도 없으련만 여고생은 미성년자라고 불려졌고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성년 이였으니 우리의 사랑놀이는 장벽이 높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 남자는 잘 생기기까지 하였으니 부모님이 아무리 무섭게 말리셔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완벽한 남자는 그 사람 말고는 육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다시 보지 못했으니 끝나버린 첫사랑 콩깍지가 아직도 진행 중 인가보다.

그 어느 날, 봄바람이 바람난 엉덩이를 흔들어 주기에 1미터 거리를 지키려는 그에게 노골적인 추파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듯한 18살의 꽃송이가 향기를 품어내니 아무리 그가 법 공부를 하는 남자라 해도 유혹을 뿌리칠 수가 있었겠는가?

그것도 나의 미모가 웬만해야 눈을 감을 수 있었을 텐데 꽃에 비교한다면 붉고 싱싱한 장미꽃의 첫 꽃잎이 벌어지려고 하는 형상이니 눈이 있고 가슴이 있는 사람이라면 넘어 오고도 남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고생인 나에게 성년인 대학생이 펄펄 끓는 몸뚱이로 다가왔다.

“어머 어머,,, 이러면 안 돼요, 안돼요, 안돼요 ,,,돼요,,, 돼요,,

그러나 무슨 운명에 장난이란 말 인가. 하필 그때 엄마가 나타나셨으니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게 됐다.

공부 잘하는 명문대생의 기운을 받아 당신 딸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엄마는 그에게 돼지 불고기도 해주고, 가끔씩은 빨래도 해주며 내 공부를 봐주길 원했는데 공부는 고사하고 몸으로 가르치려 했으니, 불같은 엄마에게 용서받기는 글렀다. 정신이 외출할 것만큼 혼이 나버린 그는 집에서 쫓겨 났고 여고생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끝나 버렸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으니, 누군가가 말했듯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제고 만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엄마의 가당치 않은 바람인 명문대 입학은커녕 변두리 대학도 가지 못한 나는 구질스러운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났으니 그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아~ 이 사람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잊지 않고 찾아 주었구나를 생각하니 하늘이 온통 내 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더구나 그때는 12월이었으니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춤을 추는 날이었다.

우리는 5년 만에 종로에서 만나 흥청거리는 사람들 틈을 누비며 걷다가, 찻집 들어가 차 마시고, 밥집에 들어가 돈가스를 먹으며 5년의 시간을 보상받았다.

너무도 해피 했다, 우리들의 사랑을 이제는 엄마도 갈라 놓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들려오는 캐럴도 신이 난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내가 꼬리를 열 번 쳐도 한번  돌아 볼까 말까 했는데  그날은 내가 얌전하게 있는대도 자꾸만 추근댔다.

그것도 법 공부를 한 사람이 말이다. 돈가스 먹을 때도 자기 것 두고 내가 먹던 것 먹겠다고 떼를 쓰지 않나, 길에서 군밤 사서 자기 주머니에 넣고 꺼내 먹으라며 손 만지고 했지만 거기까지는 그냥 모르는 척 참아 줬다. 내 사랑이었으니까?

그런대 문제는 여관 앞에 서서 추워서 그러니까 들어가자고 술도 먹지 않은 상태로 주정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띠엄 띠엄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여관이 추워서 들어가는 곳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으니 그의 말을 따를 수가 있었겠는가?

“아니~, 지금 뭐 하자는 거에욧?  

하긴 뭐해, 추우니까 들어가서 몸 좀 녹이자는 거지,,, 앞서가기는,, ㅋ ㅋ ㅋ

나는 그날 그에게서 고시에 왜 떨어져야 했는지를 읽었다.

그는 이미 5년 전에 그 사람이 아니었고 명문대 법대생인 꽃 미남의 대명사인 “신성일도 아니었으니, 그래서 첫사랑은 만나지 말라고 했던가 보다.

추위를 피해 여관으로 들어갔었으면 오늘의 내 추억의 글 모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8살의 가슴을 뛰게 했던 그 남학생이 그리워. 환갑 진갑 지난 가슴도 이유 모를 방망이 질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