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결의에서 2개월 정직처분을 내렸다. 징계처분이 내려지자마자 보수정치세력과 보수언론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무효를 외치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배후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거기에다 전직 검찰총장들 일부도 이에 합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언론의 보도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9명의 전직 검찰총장들은 "법치주의에 대한 큰 오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징계사유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만 되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징계절차로 검찰총장을 무력화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사법절차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징계조치로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가 사실상 강제로 중단된다", "이번 징계절차는 우리 국민이 애써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윤총장에 대한 징계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진일보시키는 매우 중차대한 결정으로 우리 역사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다. 사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회부가 있자마자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세력과 언론 등이 세를 규합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여기에 징계대상자인 윤 총장까지 가세하면서 징계절차를 무력화시키려는 과도한 움직임이 있었고, 언론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서 여론전을 펼쳤다. 생각해보라. 어느 누구의 징계절차가 이렇게 시끄러웠으며, 반대여론을 형성한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는 채동욱 총장에 대한 찍어내기와 윤석열 총장이 지난 정권에서 징계를 받아 한직으로 물러날 때에도 이 정도의 호응은 어지 못하였다. 윤 총장은 보수정치세력과 보수언론들에 의해서 황제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검찰총장이라 하더라도 잘못이 있으면 징계대상이 되는 것이며, 절차에 따라서 징계가 개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정임은 분명하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중요한가, 아니면 검사들이 형사피의자와 술자리를 가지면서 접대를 받은 것이 중요한가? 불행하게도 검사 술접대에 대해서는 보수세력과 언론들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접대사건으로 검사가 기소돼도 문재인 정권에 타격을 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검장 출신의 야당 정치인이 구속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균형감이 없는 정치세력과 언론이 어떻게 국정을 책임지고 정론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트럼프가 아무리 대선에 불복하는 언행을 반복하더라도 바이든의 당선을 뒤집어 엎을 수 없듯이 보수세력과 언론이 아무리 반대여론을 형성해도 검찰개혁은 멈춰서는 안된다. 검찰과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가 없었다면 윤갑근 전 고검장이 수사를 받고 구속이 됐을까? 수사대상으로부터 접대받은 검사가 수사를 받고 기소를 당했겠는가?

검사나 검찰총장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법아래 있고, 일반국민과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는 것이 면죄부일 수는 없다. 그동안 지나친 대우를 받고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조용히 무마하다 보니 습성에 젖어 있다. 자신들은 수사의 주체일 뿐 어떤 경우에도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검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기관이 수사를 해야 한다. 공수처가 됐든 고비처가 됐든 제3의 기관은 필수적이다.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면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세력에 대하여는 눈을 감아주는 수사를,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거나 힘없는 일반 국민들에 대하여는 과도한 칼날을 휘둘렀던 검찰의 흑역사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 형평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자의적인 수사권의 행사는 이미 국가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폭력행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울러서 전직 검찰총장들이나 일부 변호사 집단은 호들갑을 떨면서 섣불리 나설 일이 아니다. 이미 징계처분은 내려졌고, 윤 총장 측에서는 징계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의 결정에 의해서 그 당부가 가려질 것이다. 그들이 먼저 해야 할 것은 검사들의 비위가 발생하는 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윤총장의 징계처분에 대해서만 유달리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일에는 선후가 있다. 검찰총장 출신들은 검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선배로써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이 먼저 앞서야 한다. 법조인들 또한 검사들의 일탈행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건을 명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한 쪽 편을 드는 것은 자신들이 청맹과니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