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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품격과 현실 - 신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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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22  13: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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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고 품격의 만남을 갖는데 모임 이름은 문향(문학의 향기)으로 만나서 글쓰기 공부와 토론하고, 한 달 동안 써 가지고 나온 글을 돌려가며 읽고 평가하고, 평가받는 시간을 갖는다.

60대의 아홉 명의 아줌마들로 직장에서 정년 퇴임한 사람도 있고 남편이나 자녀들에게서 해방된 우리들은 인생 이모작을 글 쓰며 늙어가자는 야심차고 우아한 생각으로 뭉쳤다.

고 품격의 우리들은 만나는 장소도 왁자지껄한 갈비탕 집이나 입과 눈이 즐거운 쌈밥집이 아니고, 거문고나 피아노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지는 고풍스러운 한옥 기와지붕 아래에서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지난달에는 성북동의 담장 높은 대 저택 사이에 기와지붕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서 있는 찻집에서 만났다. 미리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그 집을 미술관 관장님이었던 회원이 발 빠르게 움직였기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나무 대문을 들어서니 넓지도 좁지도 않은 마당을 품은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약간 높인 곳에 별당인지 별채가 있었다. 이 집은 어느 월북작가의 생가라고 하는데 월북인지 납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손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작가의 책도 세상의 빛을 보게 되였고 그의 집을 전시장을 겸한 찻집으로 꾸몄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작가들은 모두가 가난하게 살았다고 알았는데 이 기와집을 보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나 하는 별 필요 없는 생각도 해 봤다.

옛날에 아버지 말씀이 글쟁이는 단명하고 가난하다며 뭔가 쓰기를 즐기는 나를 반가워하시지 않으셨던 것이 생각났다.

작가의 생가는 찻집으로 만들었어도 꼭 필요한 것만 고치고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서 유명 메이커 찻집 분위기 보다 너무 좋았다.

찻잔이나 찻상 까지도 나무와 도자기였고 수작업으로 만든 것처럼 정겨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가 마치 내가 궁궐에 앉아 있는 기분이 되였기에 찻 값이 조금 비쌌지만 우아하게 대접받는 기분이 되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집에 가서 하루 이틀 김치하고 밥만 먹으면 보충이 될 것이다.

진한 갈색 도자기에 담긴 대추차를 마시며, 서로의 글을 돌려 읽는데 작가의 집이라서 인지, 품격 있는 공간이라서 인지 머릿속이 청정바다가 된 듯이 반짝거렸다. 격조 높은 글귀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와 난리도 아니다. 우리들은 튀어 나온 글들을 사라지기 전에 글쓰기 노트에 잡아 묶어 넣고 많이 행복해졌다. 찻집에서의 예약 시간은 2시간이라 시간을 아껴서 수다 마당을 펼쳤다.

오늘의 수다 꺼리는 수산나가 노인전용극장에 갔다가 겪은 일 이였다.

수산나가 이웃 아줌마 들과 노인 극장에 갔는데 남자 어르신들이 많았고 60대인 수산나 일행은 홍일점이면서도 아가씨 급이었다고 했다.

좀 서먹했지만 아줌마들의 철판 깔은 뻔뻔함을 앞세워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는데 입장료가 이천 원 하는 가격에 노인들을 배려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서는데 포장지에 싼 무엇인가를 주더 란다. 창구 직원에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집 에 가세 풀어 보라고 하였지만 세상 사람들은 모두 참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아줌마는 궁금 한 것은 참지 못하지 않은가?

수산나하고 그 일행은 극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로 몰려가서 그것을 풀어보고야 말았단다. 열지 말라던 옥합을 열어서 화를 자초했듯이 수산나 일행은 영화도 보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 오고야 말았는데 그런 원인 제공을 한 것은.

포장지 속에서 나온 “요실금 팬티 두 장 때문 이였단다.

여자 어르신들께만 선물하는 것이라는데 그것을 받고 보니 수산나는 노인이 되었다는 선고를 받은 것만 같아 서러운 마음이 들어 영화를 볼 수 없었단다. 노인전용 극장에 가게 됐던 것은 노인을 증명받고 싶어서가 아니고 젊은 날의 추억여행을 떠나고 싶어서였는데, 요실금 팬티 두 장은 서러운 마음이 되더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있었던 우리들도 같은 마음이 되어 씁쓸했다.

요실금 팬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이 하필이면 그것이라는 것이 슬프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 내 스스로 구입할 수는 있어도 모르는 이에게 선물로 받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을 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공짜라면 독약도 많은 것을 달라고 한다지만 세월은 공짜라도 너무 싫다.

지난달에 만났을 땐 가밀라가 “쑥 캐러 갔던 할머니” 이야기를 해서 한 달 내내 배꼽을 잡고 웃었는데 오늘 “요실금 팬티 사건은 꽤 오랫동안 아플 것 만 같다.

아침마다 이불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은 마음에 찬바람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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