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대박,
”엄마 이게 뭐야? 엄마 꺼 맞아?
딸은 매사에 침착함이 지나 칠 정도로 강 심장인데 오늘은 호들갑을 떨고 있다.
수도꼭지가 터져서 물난리가 났을 때 나는 우왕좌왕 경비실이나 앞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난리를 치는 대도 딸은 침착하게 수도꼭지와 싸워 승리를 했었다.
그런 딸이
“헐 대박, 대박 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유는 빨랫줄에 널려있는 내 속옷 때문이다.
벌써 2년씩이나 멈춰진 듯한 시간을 살다 보니까 티브이하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음악에 소질이 없던 내가 트롯맨들에게 푸 욱 빠지게 된 것도 코로나19란 괴물 덕분이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매번 낚이게 되는 홈쇼핑 단골이 되고 말았는데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내 저렴한 가슴이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
10만 원 이하라서 없는 집 팔아야 할 지경은 아닐 것이다.
나이 들어가며 발 바닥이 아파 쇼핑호스트가 말랑말랑, 폭신폭신하며 뛰고 걷는 것에 빠져 구입한 신발이 신발장에 가득하다.
그래도 그 신발들도 2만 9천9백 원에서, 5만 9천9백 원이 최고가이다.
쇼핑호스트는 젊고 예뻐서인지 발도 아프지 않아서 편하다고 방송하겠지?
나는 편하지도 않고 아프구먼?
오늘 딸이 놀라는 상황은 나 스스로에게 씁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40대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하루에 라면 다섯 끼니에 밥 한 공기씩을 말아 먹고 나니 3개 월 동안 16킬로가 불어났다.
처음에는 퉁퉁 붓더니 나중에는 모두 살이 되었는데 스트레스는 여전하고 마음의 허기는 더 해 갔다
그러다 갱년기인지 가슴이 뛰면서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신발에 집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신발 타령을 하려는 게 아니고 홈쇼핑에 빠져 살면서도 여자 속옷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내가 그 알록달록
얼굴 뜨거울 정도로 야한 속옷을 구입하게 된 가슴 서늘한 사연을 털어놓으려고 한다.
나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궁궐 모임에 나가고 있다.
궁궐 모임 회원님들의 지식이나 인품이 존경스러워서 만나는 날이 기다려졌는데, 그 모임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휴강 상태이다. 그냥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는 형편인데 각별하게 더 친분을 갖고 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며 시간 되면 놀러 오라고 하였다.
나는 3차까지 접종 완료했고 친구 역시 그렇기에 귤 한 봉지를 사 들고 방문했다.
다행스럽게도 병원에서 퇴원한 사람치고는 괜찮아 보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친구가 병원에까지 갔던 이유를 듣고 가슴이 아려왔다.
병원에 갔던 게 가슴 아픈 게 아니고 ”속옷 이야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는 뚱뚱해서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속옷에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푹푹 삶아서 입는 “쌍ㅇ울 팬티와 런닝도 남자 것으로 사서 입었다.
그런데 그날 친구는 전철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하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겉옷은 벗겨져 있고 후줄근한 속옷 바람 이였다는데 그 모습이 너무 창피했다고 하였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하루 앞을 장담 못 하게 되고 언제 어떤 일이 생겨 부끄러운 모습을 노출하게 될지 모른다며 ”속옷의 아름다움은
자존심이라고 하였다.
누구나 외출할 때 것 모습은 살펴보고 나가지만 속옷을 다시 살펴보는 일은 없지 않은가?
타의에 의해서 속옷이 보일 때 예쁘고 단정하면 내 자존심이 부끄럽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과감하게 울긋불긋, 레이스가 왕창 달린 브라 펜티 5섿트를 주문해서 손빨래해서 건조대에 널어 말리는 중 이였다.
나이가 많아도 여자는 여자이고 더구나 나잇값 으로라도 여자의 자존심은 지켜내고 싶어서인데, 태양 아래서 나풀대는 예쁜 속옷을 보는 내 가슴은, 어째서 웃풀까?
웃기면서도 슬픈 마음에 딸은
”헐 대박, 대~박 하며 놀려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