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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을 발렌타인 데이가 아니라 ‘안중근 사형선고일’로 기억하자는 캠페인은 안중근 순국 100주년 이듬해인 2011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안중근을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그를 '정치적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졌습니다. 다음은 제 책 '민족의 영웅 안중근'의 한 구절입니다.
"의거·순국 100주년을 거치면서 안중근은 절대다수 한국인에게 신성불가침이면서 친근한 상징이 되었다. 애국주의와 평화주의라는 다소 모순된 지향들을 함께 표상하면서 국민 절대다수의 추앙을 받는 이 상징은 활용도 높은 정치적 자산이었고, 시대의 가치관을 조율하는 기준이었다. 상업적으로 유용한 표상은 정치적으로도 유용했다. 2000년대에 들어 정치인들은 다투어 안중근의 이미지를 차용하려 들었다."
물론 안중근의 정신이 누구의 정치적 자원이 될 것이냐는 '그' 자신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달렸습니다. 지금 누가 안중근과 비슷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누가 안중근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사와 비슷한지 판단하면 될 겁니다.
신천지 이만희 씨가 “윤석열이 나를 풀어줬으니 우리가 은혜 갚아야 한다”는 말을 했답니다.
형식적으로는 윤석열 씨가 봐준 거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도 영매니 건드리지 말라”고 했던 ‘법사’가 봐준 겁니다.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윤석열 씨가 얻는 표지만, 실제로는 ‘법사’가 얻는 표입니다.
‘현정부 적폐 수사’를 공언했던 윤석열 씨가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가 당한 만큼 가해자에게 돌려주는 게 ‘보복’입니다.
윤석열 씨는 문대통령에게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되는 은혜를 입은 사람입니다.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도 문대통령은 그를 "이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건 ‘배은망덕’이라고 하지 ‘정치보복’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씨 사전에는 ‘배은망덕’이 있을 뿐 ‘정치보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거리에서 운전이 서툰 사람을 보면 “운전연습이나 더할 것이지 왜 차 몰고 나와 민폐 끼치나?”라고 욕하는 사람 많습니다.
서툰 운전자가 끼치는 민폐는, 무식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대통령이 끼치는 민폐의 일억분의 1도 안 될 겁니다.
운전 연습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건 미덕이지만, 대통령 된 다음에 배우겠다는 사람을 배려하는 건 악덕입니다.
대통령을 한 국가의 ‘CEO’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식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은 말단사원으로도 안 뽑을 사람들이 CEO로는 뽑겠다고 합니다.
‘주권’을 ‘주식’이라고 생각하면, “CEO가 무식하고 세상물정 몰라도 배워가면서 하면 된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겁니다.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 문대통령.
문대통령이 유례없이 ‘강력한’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문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찍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자칭 ‘문파’들은 이제 주장을 바꾸든지 자기들이 ‘윤파’라고 공언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팀을 바꿨으면, 유니폼도 갈아입어야 합니다.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방출 없었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머지 않은 장래에 휴대폰 앱으로 구직할 수 있을 것, 외국인은 한국 건강보험에 숟가락만 얹는다, 청약점수 만점은 40점, 고등학교를 기술 예술 과학고로 나누자...
“무식하고 세상물정 몰라도 일단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배우게 하면 된다”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럴 바엔 중학생을 대통령으로 뽑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 또래의 ‘학습능력’이 60살 넘은 사람의 학습능력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윤석열 후보는 노동자 혐오, 빈민 혐오, 외국인 혐오 등 대중의 의식에 잠재한 혐오감을 정치적 자원으로 동원하려는 발언들에 이어 “촛불집회는 무법천지”라는 발언으로 자기 신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독일인들이 오늘날까지 거듭 ‘사과’하며 사는 건 히틀러 때문이 아닙니다. 히틀러가 어떤 사람인줄 알면서 투표했던 자기 조상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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