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춘몽님의 사진



“야외에서는 마스크 벗어도 됩니다”

“거리 두기도 해제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신나는 소리가 어디 또 있겠는가?

2년도 더 시간이 지나서 듣게 된, 9년 가뭄에 단비 같았다고 하면

나이 먹은 사람이 점잖지 못하고 깨춤 추는 것일까?

“이러거나 저러거나 뭐라고 손가락질을 당해도 나는 그저

반갑고 기쁠 뿐이다.

나라에서, 주위에서 그래야 한다고 해서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정말 진짜로, 너무 힘들고 우울해서 머리 풀고 뛰쳐나갈 것 같았다.

”늦었지만 사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코로나 괴물이

쳐들어오기 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게 되어

희망이 보이기는 하다.

보이지도 않는 괴물에 희생된 분들께는 좋아라 하고 들떠 있는

내 모습이 염치는 없지만 이제는 마스크 없이 산책길에

나선다는 게 두 발이 땅 위를 걸을 것 같다.

그 괴물은 나와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가 버렸다.

수 십 년 전 교과서에 실렸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글 제목처럼 빼앗긴 일상에도 봄이 오긴 했는데 어째서 내 일상엔

상처가 이리도 많을까?

물론 교과서에 실렸던 빼앗긴 들은,,,, 코로나에 빼앗긴 일상하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글이지만 나는 2년 내내 수십 년 전

국어 선생님이 낭독해 주셨던 그 글을 몇 번이고 흥얼거리며

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냈다.

나는 지금 빼앗겼던 일상을 확인이나 하려는 듯 굳게 닫혔던 학습장을

찾아 헤매고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복지가 너무 잘 돼 있어서나 만 부지런하고

생각만 있다면 집에서 홀로 갇혀 있을 시간이 없게 되었다.

코로나가 오기 전 내가 서울 살 때는 늦은 나이지만 학습장 단골생으로

서울시는 물론 수원까지 학습장을 누렸었다.

화성 시민이되어 70년 가까이 살던 서울을 떠나오게 되어

타향에 온 것 같아서 외롭고 우울했는데 오자마자 코로나에 갇히게 되어

힘들고 외로웠다.

열린 학습장을 찾아 화성을 누비고 다녔다.

열린 학습장이 있다면 멀고 가까운 곳을 마다하지 않고 다녔는데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나의 탁상 달력에는 드디어 열린 학습장 교육장 이 빽빽하게 적혀 있어서

고기반찬에 따끈한 쌀밥 한 그릇을 보는 것처럼 기름지고 행복하다.

나는 7년 전부터 노인 단편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코로나로 하여

멈춰야 했던 영화 촬영을 지난주에 드디어 시작하였다.

돈을 버는 일과는 무관하지만 지인들과 카메라 앞에 서면

우리 모두는 유명 배우가 된다.

서로 잘 한다며 칭찬도 해 주고 카메라 쳐다봤다고

감독에게 잔소리를 들어도 해맑게 웃는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1.3세대의 갈등과, 동행을 이야기해야 해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찍어야 했다.

아이들 엑스트라에게 줄 과자와 음료수를 챙기고 연기를 잘 할 것 같은

아이들을 골라서 연기 지도를 시킨 후에 마스크를 벗으라고 하였다.

”영화에 나오니까 그냥 재밌게 놀기만 하면 돼요?

그런데 잘 놀던 아이들이 마스크 벗으라는 말에 움직이지 않았다.

마스크 벗으면 숨이 차요?

“마스크를 벗는데 왜 숨이 차니? 시원하잖아?

”아니요? 마스크 벗으면 병균이 들어와서 숨을 쉴 수 없어서

나 영화 안 찍을래요?

그러면서 가 버렸다. 다른 아이들도 마침 엄마가 구경 나왔기에

설명하고 허락을 받아 마스크 벗은 아이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

언젠가 초등학교 아이에게 봄여름 가을 겨울, 을 그려 보라고 했더니 마스크 쓴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고 해서 가슴이 먹먹했는데

그날 내 마음이 그랬다.

그런대다가 내 딴에는 거금 들여서 준비했던 과자와 음료수를 출연료 대신 나눠 주는데 그냥 받는 아이도 있었지만 어떤 아이는

“난 이런 거 안 먹어요? 했다.

”이런 거? 이게 어떤 건데? 마트에서 골라 온 건데?

“난 우리 엄마가 유기농으로 사다 주셔요

내가 어렸을 때는 교회에서 특별한 날에 나눠 준다는 공책 하나 받으려고

무리를 지어 달려가서 예수님 앞에 두 손을 모으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내가 살던 곳이 제기동 고대 정문 앞이었는데

어느 날 이모가 살고 있는 창신동까지 심부름을 다녀오라고

엄마가 버스비를 주셨지만 버스비로 왕사탕을 사 먹고 걸어갔는데

양볼이 불룩해진 입속의 달콤함이 너무도 행복 했었다.

요즘 아이들은 관심과 사랑도 넘치고 물질도 풍부해서 아쉬운 게

없이 모두가 공주이고 왕자님이 되었으니 좋은 세상을 만난

아이들을 부러워해야 할는지?

하지만 나는 버스비로 왕사탕 사서 입에 넣고 깡충거리며

뛰여 달렸던 내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

값싼 과자를 거절하고 마스크로 작은 얼굴을 가린 체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아이에게 나는 속으로 외친다.

"얘들아~

이제 마스크 벗어도 돼,,,,

마스크 벗은 예쁜 얼굴을 보고 싶단다.

정 말, 정~말~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던 그 얼굴들이

그립다. 너무 그 립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