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죽음 앞에서 염치(廉恥)를 생각한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다. 맹자의 사단설(四端說) 가운데 나오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대부분 염치 없는 행동에 익숙하다. 염치불고(廉恥不顧)하고 파렴치(破廉恥)한 행동을 일삼는 철면피(鐵面皮)들이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몰염치(沒廉恥)한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발각되면 머리를 잠시 숙였다가 얼마후 다시 등장해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른 사람의 작은 잘못에 핏대를 세우기 일쑤다.  
 
청문회에서 공직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부치던 국회의원이 자신의 남편이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청문회장에서 진땀을 흘리는데도 한마디 사과의 글도 남기지 않는다. 엄청난 뇌물을 받고 구치소에 살림을 차린 전직 대통령들도 정치탄압이나 정치보복이라 떠들어댄다. 자신들이 다른 정치인에게 정치보복을 했다고 자인하는 꼴이다. 
 
이런 판국에 노회찬이 나섰다. 다른 정치인과 달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과의 마음까지 전한다. 자신 있게 말하거니와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이만한 정치인이 없었다. 살아서 정치를 못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고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