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태종호

나는 모기가 무섭다.
모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지레 겁을 먹는다.
나는 모기가 대포보다도 핵보다도 더 무섭다.
그것들이야
나를 한 순간, 한방에 보낼 수 있으니
그걸로 끝이지만,
모기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보일 듯 말 듯 쬐꼼한 것이
보이지 않는 음침한 곳에
능청을 떨며 숨어 있다가
무얼 좀 하려고만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기막히게 치고 빠진다.
교묘한 방법으로 나를 마음껏 희롱한다.
숨바꼭질에 지쳐 이젠 포기하고
잠들만 하면 또 귀신처럼 나타나 괴롭힌다.
밤새도록 물고 뜯고 동맥 깊숙히 빨대를
꽂아놓고 피를 빨아 말린다.
모기는 이 세상 최고의 고문기술자다.
그래서 나는 모기가 무섭다.
일제시대 고등계 형사보다도
저승사자보다도 싫다.
그렇다고 내게 모기를 제압할 무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모기장을 치거나
모기약을 진하게 뿌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모기장 속에 숨는 건 비겁하고
모기약으로 단번에 죽이는 건 잔인해
인내심으로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그런데 모기는 그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처서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동안에 정이 들까 봐 또 걱정이다.
이별은 또 다른 무상함을 남기기 때문이다.
정말 모기는 내 취향이 아니다.
원증회고다.

무술년 2018년 8월 12일 한 밤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