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대중교통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우리나라 대중교통에 아주 만족하는 사람이다.

1150원 이면 서울 끝에서 끝까지 올 수도 갈 수도 있어 지하철을 탈 때마다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오늘은 9호선의 끝 동내인 양천향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한 갑 진갑을 넘기면서부터 무엇인가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고 번거로워 특별하지 않으면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였다.

교통카드가 달린 작은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두 손이 자유로워 몸도 마음도 편해서 좋다.

오늘도 작은 지갑과 휴대폰을 양쪽 주머니에 나눠 넣고 마을버스에 올랐다.

전철역까지는 4정거장인데 보통 때는 걸어서 가지만 오늘은 종아리가 당기는 관계로 버스를 탄 것이다.

어젯밤 기상대 예보에서 주말에 겨울비가 내린다고 하더니 내 종아리 땅김 현상은 겨울비 날 굿이 전조증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동내 마을버스는 출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자가용 수준이다. 어떤 날은 기사님하고 나 혼자라서 참 쑥스러웠는데. 기사님께는 미안 했지만 나는 여왕이 된 것 같아서 많이 좋았다.

정류장 숫자로는 네 정거장 이였지만 구간이 짧아서 금방 내려야 했다.

중화역에서 타고 건대 입구에서 내려 2호선으로 바꿔 타고 고속버스 역에서 9호선으로 가라 타야 하는 길고 긴 여정이다.

책 읽기를 돌 같이 하는 나였지만 작은 시집 하나를 챙겨 왔다.

전철에 오르니 어찌 된 일인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언젠가부터 노인도 젊은이도 아닌 것 같은 나는 자리가 없으면 경로석 쪽으로 가서 서서 간다.

여섯 개의 자리는 거의 비어 있을 때가 없지만 그래도 그곳이 편한 이유는 경로석이 아닌 좌석 앞에 서 있을 때 나보다 젊은 사람이 좌석을 양보하지 않으면 얄밉고, 자리를 양보 받으면 고마우면서도 서러울 것 같아서 경로석을 택한 것이다.

그랬지만 오늘 경로석 앞은 나보다 더 어른들이 빽빽하게 서 계셨기에 나는 출입구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섰다.

읽을 수조차 없이 돼버린 시집 한 권이 짐이 되어 후회가 됐다. 그랬는데 황당한 것은 손잡이조차 잡을 수없이 복잡했는데 승객들 모두는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앉아있는 사람이나 서 있는 사람 ,, 모두는 복잡한 공간에서도 모두 한 가지에 몰두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보다 서너배 큰 것을 보는 이도 있지만 나는 그것이 노트북인지 커다란 전화기인 줄 잘 모르겠다.

모두가 한 동작으로 한 가지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내가 외계인 마을에 들어간 것 같았다.

1~20년 전만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너 나 없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든지 아니면 우아하게 책과,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아주 어쩌다 보게 되고 모두가 스마트폰 하고만 놀고 있다.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기에 누가 뭐라고 해도 듣지 못하고 눈은 화면 보기 바빠서 옆에 사람이 기절해 쓰러져도 모를 것이다.

경로석에서는 인천으로 새우젓 사러 다녀온다는 할머니들의 수다와, 거나하게 한잔 걸치고 집으로 가신다는 할아버지들의 흔들 거리는 모습을 흔하게 만날 뿐이다.

나의 오지랖이 필요 없이 넓기 때문인지 전철을 탈 때마다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걱정된다. 내 딸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을 사서 하는데 그게 필요 없는 걱정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길에서 걸어가면서도 전화하고 문자 하고 음악 듣고 티브이 보는 것이 좀 과장하면 99프로인 것 같다.

그럼 그 1프로가 과연 누구인가가 궁금해질 것 같은데, 그건 휴대폰이 고장 나서 고치러 가는 중 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필요 악이라고 하는 것일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삶이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운전하면서, 밥 먹으면서, 화장실에서 잠잘 때까지 몸에서 10센티를 띠어 놓지 않게 되였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 관계라 해도 24시간만 붙어 있으면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겠지만 손바닥만 한 이상한 이 기계는 붙어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가까워진다.

어느 엄마가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컴퓨터게임에 빠졌다고 울고불고 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때문에 간간이 죽음을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신용카드가 등장해서 온 국민이 빗장이가 되더니 이제는 스마트폰 때문에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놀기에 박사들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인간하고 놀아야 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기계하고 놀기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 걱정이 된다고 말하면 수많은 눈총과 비웃음을 받게 될 것이다.

하긴 나 역시 외출 시에, 깜빡하고 휴대폰을 두고 나왔다면 되돌아가서 갖고 나오는 것을 보면 나도 어느 정도 중독이 된 것도 같다.

전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뭔 짓을 하는가 살펴보니 거의 게임이나 인터넷을 살피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 걱정을 하다 보니 1시간 반이나 걸리는 목적지에 벌써 도착했다.

걱정을 끌어안고 나는 내리는데 전철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내 걱정을 덜어 줄 마음이 없는지 계속 휴대폰 하고 놀고 있다.

휴대폰을 하루에 몇 시간씩으로 줄여 하게끔 법을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담뱃값처럼 100프로 이용료를 올려야 할까?

나는 오늘도 오지랖을 펄렁이며 아무런 해결책도 없는 걱정 근심을

태산처럼 끌어안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내 주머니 속에 휴대폰이 나를 불렀다,

“네, 회장님, 거의 다 왔어요, 회장님은 벌써 도착하셨어요?

아~차,,,

나도 걸어가면서 전화 받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