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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할머니-신춘몽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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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1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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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할머니

 

“엄마, 그러면 많이 사지 그랬어?

“ 으~응 그냥 천원어치만 샀는데,,

늦은 시간에 시장을 다녀와 물건들을 싱크대에 옮기며 콩나물 할머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꽤 떨어진 골목시장을 갔던 이유는 까지 않은 “홍합을 사기 위해서 였다.

어제저녁 TV에서 맛집 소개가 방영됐는데 그 집에 손님이 줄을 서는 이유가 서비스로 나오는 홍합을 넣은 미역국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그림만 봐도 그 맛이 느껴졌었다. 나는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에 방송에서 통닭을 맛있다며 먹거나, 피자, 탕수육,만두,불고기,족발,,, 그런 것들이 보여지면 이성을 잃고 말기에 딸이 학교 입학 할 때까지 허리 26을 자랑했던 내 빛나던 몸매가 지금은 허리 사이즈 38을 왔다 갔다 하게 되였다. 홍합을 사야 되겠다는 결심으로 긴 밤을 축지법으로 접어 보내고, 출근 해서도 내 머리 속은 온통 새까맣고 반짝이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홍합생각 뿐 이였다. 평소 보다 조금 일찍 퇴근 해 20여분을 걸어 시장으로 갔다. 생선 가게에 들려 홍합을 보니 알이 작고 윤기도 흐르지 않아 한참을 올라가서 찾아 낸 홍합 역시 별로 였지만 사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절박함으로 그냥 2천원어치를 샀다. 검은 봉지가 거의 찰 만큼 꽤 많았다. 홍합과 함께 미역국을 끓여야 하겠다는 기쁜 상상을 하며 시장 통을 걸어 오는데 빵 굽는 냄새가 내 두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빵 냄새를 풍기는 그 집은 비록 시장 한 켠에 있는 이름없는 작은 빵집이지만 빵 맛은 메이커 빵들이 울고 갈 정도로 맛 있었다. 얼마 전에짜리 빵을 하나사서 들고 가다가 그냥 맛만 보려고 했던 것이 그 맛에 반해, 집에 도착하기 전에 길에서 다 먹어 버렸었다.

이제 다이어트에 도전한지 3일째로 빵 으로 무너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며 “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를 중얼거리며 빵집 앞을 통과했다. 겨우 한숨 돌리려는데 이번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이 앞을 막아섰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시루떡이 아니고, 하얀 속살에 샛 노랑 호박오가리를 품고 있지 않은가? 호박오가리는 꿀에 버물린 것처럼 꿀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듯 보였다. 갈수록 태산 이였다. 하지만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떡집도 눈물을 삼키며 지나쳤다. 내 자신이 자랑 스러워서 어깨가 들썩였다. 빵집도 떡집도 지나쳤으니 이젠 정육점만 남았지만 유리벽에 걸려있는 생고기에게 식욕은 느끼지 않기에 무사히 통과할 꺼라 생각하였는데 그 것이 오산 이였다.

“보쌈용 돼지고기 “한 근 600g에 2500원 하고 사인펜으로 크게 써 붙여있었다.

마침 김장하고 남아있는 배추와 양념 속이 있었기에 이천 오백 원 이라는 보쌈고기 유혹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정상가격 한 근 값이면 4근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어느새 내 몸은 정육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저씨 만원어치 주세요. 하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저울에 올려진 고기를 보니 고기가 아니고 비계덩이였다.

“아저씨 그게 뭐에요? 비계 뿐 이잔 아요? 그걸 어떻게 먹어요?

“이런 것이니까 2500원에 팔지요, 이것은 밑지고 판다니까요?

“ 아니, 그것 말고 요쪽 살이 많은 곳으로요,,

“아줌마, 그쪽은 3500원이고 2500원은 이쪽 끝이라고요,

“그러면 보쌈용이라고 써놓지 말고 2500원짜리는 비계가 90이고 살이 10프로인 것입니다 하고 써 놓으셔야 되는 것 아네요?

나는 물건 살 때 까다롭거나 피곤한 손님은 아니 였는데 정육점주인의 상술이 얄미워서 볼멘 소리를 하였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 집에서 고기를 공짜로 준다고 해도 싫었지만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3500원짜리 만원 어치를 사 들고 나오며 눈을 흘겼다. 기분이 나빠져서 걷다 보니 시장입구에서 바람막이 하나 없이 콩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비닐로 덮혀 있는 콩나물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 콩나물 곁으로 다가섰다.

“ 할머니 콩나물 천원어치 주세요.

“예 어서 와요, 에고 .이제 개시라우, 장사가 안 된다, 않된다 해도 어쩜 이리도 안 될 수 있담 말유,

할머니는 천원어치 콩나물의 숫자보다도 많은 하소연을 짧은 시간에 늘어 놓으셨다. 저녁어둠이 몰려드는 지금, 콩나물 천원어치로 개시를 하신다니 착하지도 못한 내 가슴도 시려 왔다. 잠시 할머니의 저 콩나물을 모두 팔아 드릴까 하는 생각도 하긴 했지만 고기와 홍합과 콩나물을 들고 20여분을 걸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섰는데 집에 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딸하고 이야기를 하였던 것이다. 매사에 쌀쌀하기만 한 딸이 웬일로 “많이 팔아 드리지 그랬냐고 대꾸를 하기에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동지를 얻은 것 같아 길게 대화를 나눴다.

사실 내 딸이라서가 아니고 딸은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지만 속은 바게트 빵처럼 보드랍다는 것을 엄마인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장갑을 끼고 딸과 함께 시장을 향해 바삐 걸었다. 어둠은 이미 불빛을 삼켜 버렸고 , 콩나물 할머니의 굽은 등이 보였다.

“할머니 그 콩나물 다 주세요.

“콩나물을 다 달라고? 이거 아까 천원어치 팔고 그대로 인데 만 천원만 줘요.

할머니는 좀 전에 천원어치를 사 갔던 나를 몰라보시는 것 같았다.

콩나물을 딸과 함께 들고 오며 다정한 모녀의 대화가 수다처럼 길었다.

 

많은 콩나물은 1층 입구에 놓고 이런 메모를 붙여 놨다

201호입니다. 콩나물이 필요하시면 맘껏 가져가세요,

우리 집은 9가구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데, 아침에 내려 가 봤더니 잘 먹겠다는 메모도 있고 콩나물은 남아있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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