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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종 호 칼럼- 北美, 셈법 바꾸고 다시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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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1  15: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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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셈법 바꾸고 다시 만나라.

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북미관계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북핵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정체상태에 놓여있고 남북관계도 원활하지 않다. 북한은 아직도 하노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을 맹비난하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내밀고 유엔을 무대로 여론전까지 펼치며 미국의 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이와 같은 일련의 돌출행위는 어쩌면 대화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 또한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하는 한편 여차하면 궤도이탈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이 하노이에서 미국의 속셈을 완전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직후 3차 북미정상회담의 유효시한을 연말까지로 못 박고 배수의 진을 쳤다. 이것은 미국이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단계적 해법을 무시하고 일괄타결안을 강요한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강조하는 리비아식 선 비핵화 요구는 절대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이것을 항복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의 입장도 변한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나와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고 신뢰를 강조하고 있지만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 북핵 일괄타결에 대한 의지를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강력한 대북제재까지 병행하고 있다. 북한 선박을 압류하고 몰수까지 추진하며 북한을 옭죄고 있다. 그것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아닌 미국 국내법을 적용하면서까지 거세게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는 2005년에 북한의 숨통을 조였던 마카오 BDA은행 사태와 맞먹는 고강도의 조치로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관료들까지 나서 북한을 거칠게 성토하고 있다. 호전적 성향의 볼턴 보좌관의 협상무용론과 전쟁불사 발언은 물론이고 북한의 협상파트너였던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대북제재 해제는 없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결국 미국도 대화의 문은 닫지 않겠지만 선 비핵화, 일괄타결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단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외교에서 일방통행은 있을 수 없다. 북미의 이 같은 강(强)대강(强)의 셈법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매우 위험한 함정이다. 비핵화의 시계를 과거 2년 전으로 되돌리는 행위다. 한반도를 또다시 빙하기로 만들려는 무책임한 처사다. 북미 간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면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는 동력을 잃게 된다. 북미 간 70년 만에 조성된 천금 같은 화해의 기회도 물거품이 된다. 이는 어느 일방이 아닌 북미 모두가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어리석은 짓이다. 자칫 정상들의 정치생명도 위태롭게 되고 애써 쌓아올린 평화의 싹도 소멸되고 만다. 지나친 힘겨루기는 필연적으로 파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관은 금물이다. 더 큰 불상사가 생기기 전에 되돌려야 한다. 전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고 수천만의 인명살상을 낸 인류 최대의 비극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도 시작은 사소한 감정싸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시점이다.

북미정상은 강성대결의 셈법을 바꾸고 조속히 다시 만나야 한다. 불필요한 대치국면이 오래가면 초심은 사라지고 돌발변수가 출현해 판이 깨지게 된다. 서로의 입장을 익히 꿰뚫고 있는 북미가 어렵게 조성된 대화의 장을 쉽게 버릴 것으로 생각진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협상테이블에 먼지가 앉기 전에 마주 앉아야 한다. 실기(失機)가 가장 무서운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이 한발씩 양보하는 길밖에 없다. 북미 정상은 아집을 버리고 큰 틀에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 이 문제는 미국이 먼저 풀어야 한다. 미국이 대국답게 앞장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해야 한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에게 요구만 했지 특별하게 내준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자신만이 유일하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고 핵실험마저 중단시켰다는 것을 자랑삼아 말하고 있다. 지금 그 호언을 실현시킬 절호의 기회다.

미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뒷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복귀할 명분과 당근이 필요하다. 북핵 일괄타결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한 단계 낮은 해법을 제시하고 미국내부의 엇박자나 불협화음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북한 역시 한걸음 더 다가서야한다. 핵에 대한 미련을 털끝만큼이라도 가져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나라를 변혁시키고 인민을 굶주림에서 해방시키려면 핵을 끌어안기보다 버릴 궁리를 해야 한다. 더구나 미사일 발사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돌출행위는 백해무익한 행위다. 외교의 기본은 신뢰다. 또한 주고받는 것이다. 여기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일은 전쟁밖에 없다. 전쟁은 공멸을 의미한다. 이미 한미정상은 6월말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담이 예고된 상태다. 그러나 그전에라도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거나 아니면 특사교환을 통해서라도 허심탄회한 대화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정작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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