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글뽀글 쪼르륵,

호박과 두부가 어슷썰기 한 대파의 줄기를 둘러쓰고 용솟음치고 있다.

엷은 갈색국물은 그들을 품어야 하는 것이 숙명이나 되는 듯 감싸 안고 있는 것을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보고 서 있다.

까탈스러운 딸의 입맛을 위해 조미료도 좀 넣었다. 음식 솜씨 없다며 구박 아닌 구박을 일삼는 서른 살 넘은 딸을 위하여 난 지금 된장찌개에 열과 성의를 다 하고 있다. 직접 까서 팔고 있는 조개 살을 사려고 버스 정류장 서너 개 거리를 걸어서 다녀왔다.  느타리버섯과 덜 매운 고추도 썰어 넣었다. 조개 살, 호박, 두부,,, 가 서로 다퉈 가며 점프를 한다. 환상적인 그림에, 입속에서는 단 침이 고였다. 맛은 아직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주인공인 된장이 특별 공수된 것이니 믿어도 될 것 같다. 시골집 장독대에 있을 것 같은 집 된장 타령을 했더니, 먼 친척이 택배로 보내줬다. 10여 년이나 묵었다는 간장과 함께 황금 색깔 막장까지 보냈다. 눈물 나게 반갑고 고마웠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느 집에서나 장을 담가 먹었다. 그랬는데 장독대를 본 지도 오래됐고, 항아리를 본 것도 언제였던가 하다.

그래서 지금은 집 뒤 햇볕을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있던 항아리 속에 된장 고추장 간장이 귀한 먹거리가 된 것이다.

우리 농부가 우리 땅에서 키운 콩으로, 우리 땅의 샘물로 삶아 만들고, 우리 하늘의 기운을 받아 숙성된 “된장님 이시다.

마트에서 골라 사온 것을 끓여 먹을 때마다 2 프로 부족해서 그리워했던 집 된장이다. 오두방정을 떨고 있는 뚝배기 속에 수저를 넣고 거품을 걷어내 후후 불어 입에 넣었다.

아~ 이럴 수가? 어쩌면 이럴 수가? 환상적인 맛이 몰려왔다.

지난 추억이 입속을 휘감아 무아지경에 빠뜨렸다. 작품이 완성되자 나의 기다림은 딸의 퇴근 시간에 맞춰졌다. 2인용 식탁에 노란 국화꽃 한 송이를 꽂았다.

식탁의 주인 공이 도착하면 뽀글거리는 된장 뚝배기를 올려놔야지,,,

다문다문 보리쌀을 섞은 밥도 해 놨다. 된장과 어울리는 밥은 흰쌀밥보다 보리알이 섞인 밥이 좋을 듯해서 그리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보리 밥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이 있었다. 수 십 년 전에는 쌀이 귀해서 돈이 있어도 쌀을 사기가 어려 웠던 가 보다.  동사무소에서 가족 수만큼의 쌀을 샀는데 쌀과 보리를 함께 사야 했다. 그 비율이 5 대 5였는지, 7 대 3 이였는지는 너무 오래돼서 기억나지는 않지만 석유 냄새가 난다는 “안남미 라는 쌀도 있었던 것 같다. 엄마는 밥솥에 보리쌀을 잔뜩 넣고 한줌 정도의 쌀을 보리쌀 가운데 넣어 밥을 하셨다. 한 줌뿐인 쌀 냄새가 온 집안을 허기지게 만들었다. 지금은 쌀로만 해도 쌀밥 냄새가 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연탄불 위에서 밥이 뜸이 들고 밥솥 뚜껑을 열었을 때 까만 보리쌀 위에 새하얀 쌀 알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십여 년 전에 보았던 보리밥 위에서 빛나던 쌀밥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엄마는 쌀밥을 모두 퍼서 아버지 밥그릇에 몽땅 담았다.  솥에는 쌀들은 사라지고 새까만 보리 알들만 남아, 나는 서러워졌다.

“엄마 나도 하얀 쌀밥 먹고 싶어요, 하는 소리를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으며, 이다음에 내가 크면 밥 솥 가득 하얀 쌀밥만 해 먹어야지 하는 꿈을 키웠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변하다 보니 이제는 쌀밥이 천덕꾸러기가 돼요 보리밥에게 밀려나 버렸다. 이젠 쌀밥 냄새도 고소하지도 않고 하얀 모습이 대접도 받지 못하니 세상사 모를 일이다.

“아~차

된장찌개를 끓이며 쌀밥과 보리밥의 추억 속에 빠졌나 보다.

하나, 둘, 셋,,,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뚝배기 위에 뜬 거품을 걷어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일 것 같은 자신감에 빠졌다. 쌀과 보리가 반반 섞인 고슬고슬한 밥을 딸의 밥그릇과 내 그릇에 수북이 펴 담았다.  “ 다녀왔습니다”   딸의 귀가 인사에 졸고 있던 강아지들이 꼬리를 등에 업고 뛰쳐나온다. 딸은 두 팔을 벌려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 언제나 딸의 귀가는 고 녀석들 몫이라 나는 뒷전이다. 그런 지경에서도 든든한 딸의 빽 을 누리고 있는 녀석들에게 감히 도전장을 내 밀지 못한다.

“찌게 맛이 죽여 주는데 밥부터 먹고 씻지?

“알았어, 무슨 요리를 했기에 그러시나?  보나 마나 98프로 부족하겠지만,, ㅋ ㅋ

비아냥 거리며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딸의 심판 판정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와~  엄마  정말 최고야,,  ,대~박~

딸의 엄지 손가락이 높이 올라갔고.  나는 실실거리며 좋아했다.

“내 딸아

너는 참 좋겠다. 엄마가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