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왕비님은 70만 원?- 신춘몽
중랑방송  |  webmaster@cnbcnews.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9.06  09:28:0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왕비님은 70만 원?

 

여고 동창 모임이 있어서 오랜만에 외출을 하였다.

추위에는 강하지만 더위는 견디지 못하는 편이라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여름 내내 “동면이 아니고 “하 면을 하는 것도 같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보니 넓고 깨끗한 뷔페였다. 언뜻 봐도 음식 가지 수가 100가지는 될 것도 같다. 지금 시절엔 배고픈 사람들은 많지 않을 듯한데 이렇게 많은 음식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뷔페에 갈 때마다 들었었다.

우리는 상 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야 대접을 잘 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배가 터지게 먹고 와야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던가, 사흘 굶으면 남에 집 담을 넘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둥 하면서 먹는 것에 올인 했다.

이제는 세월이 좋아져서 흰쌀밥에 고깃국을 꿈꾸는 것이 아니고 건강식을 찾아 헤매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약속은 잘 지키는 편이라 2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 몇몇 친구들이 벌써 와 있었다.

별명이 “오 대 빵과 “양공주도 와 있었는데 세월이 가도 별로 변하지 않아서

좋고도 웃겼다.

자리에 앉자마자 수다 마당을 펼쳤는데 너도 나도 말 못 하고 죽은 조상이 있기나 한 듯 끊임없이 펼쳐졌다.

아무개 딸은 공부를 못해서 유학을 갔다던가, 누구 아들은 이혼했고 누구 남편은 바람났고 퇴임해서 삼식이가 됐다던가 심지어는 죽었다는 친구까지 수다의 사연이 되였다.

푸른 들판에서 만난 친구들이라서 인지 동내 아줌마들과 떠들 때 보다 한층 개운하고 싱싱했다.

나는 벌써 세 접시를 해 치웠는데도 수많은 음식들의 유혹을 거절할 수 없어 네 번째 접시를 들고 무엇이 배는 부르지 않고 더 먹을 수 있는가를 계산 후에 과일로 챙겨와 자리에 앉았다.

모임이 막바지로 갈 때쯤, 한 친구가 올드미스 딸이 시집간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 친구는 딸만 셋인데 둘째, 셋째는 30살도 되기 전에 결혼했지만 첫째 딸이 40살이 다 되도록 남아있다가 작년에 결혼하고 얼마 전에는 아들까지 낳았다고 자랑을 하고 있었다.

40살에 5살 연하의 신랑을 만났다는데 신랑이 대학교수라며 집안도 부유하고 잘 생기기까지 하였다고 하며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나는 대학교수나, 연하, 부유함이 부러운 것이 아니고 40살에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 너무도 부러웠다.

사실 엄마의 입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40살이 다 된 싱글인 딸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딸이 시집을 갔다가 돌아오는 일이 생기더라도 아이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무도 몰래 했었기에 친구 딸이 아기 낳았다는 것이 눈물 나게 부러운 것이다. 내 딸에게 형제 가 있거나 이모 삼촌만 있어도 안타까움이 덜 할 텐데 내 딸은 외가도 친가도 없고 살펴줄 아버지조차 없으니 그런 것이 잠을 못 자며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지경인데 친구 딸은 늦은 나이에 결혼하자마자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니

어떻게 부럽지 않겠는가

그 생각에, 먹은 것이 길을 잃은 것 같아 답답해 오는데, 갑자기 강아지들만 끓어 안고 세월을 보내는 딸이 떠올라 화가 치밀러 왔다.

소개팅이나 동창 모임, 총각들이 많이 모일 듯한 곳에 드나들며 꼬리라도 쳐 봐야 될 텐데 잠을 자도 개들을 끌어안고 자니 뭐가 생기겠는가?

속으로만 딸을 욕하고 있는데 내 귀가 의심스러운 말이 들렸다.

친구 딸이 아들과 함께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는데 하루 입실 료가 70만 원이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한 달 요금이 70만 원이라고 듣고 그것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70만 원은 하루치라고 했다.

세상에 아무리 돈이 흔하다고 해도 죽고 살리는 병원 치료비도 아니고 그냥 특별한 보살핌 값으로 그런 거액이 오고 간다니 어이가 없었다.

물론 돈 많은 사람이 자기 돈 갖고 자기 마음대로 돈을 쓴다는데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 또한 웃기는 일이기도 하다.

친구 딸은 조리원에서 14일을 있었다는데, 나는 그 돈 계산하기 겁나서 아직도 모르겠다.

40여 년 전 내가 딸을 낳고 3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몸이 좋지 않아 20여 일 동안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나에게 시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 아이고 에미야 속상해 죽겠다. 나는 아비를 혼자 낳고 물 데워 씻겨 놓고는 피 묻은 옷을 개천에 나가 얼음 깨고 빨아왔는데 너는 해다 주는 밥도 못 먹냐?

그렇게 말씀하셨던 시어머니가 그때는 야속해서 소리 죽여 울었었는데 지금 몇몇 산모들이 왕비 대접을 받고 호강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아니꼽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 내 시어머니도 내 꼴이 그렇게 보였었을까 하며 뒤늦게 이해를 하게 됐다.

요즘은 부엌도 따로 없고 찬물 뜨거운 물이 언제나 콸콸 나오고 스위치만 살짝 누르면 불도 나오고 하는데 과연 대접받는 왕비님이 되어야 할까?

어쩌면 요즘 사람들이 누리는 혜택에 적당히 늙은 내 생각이 심술을 부리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만 육 천 원짜리 뷔페에 만족하는 내 처지가 갑자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딸이 지금 결혼을 한다고 해도 40 넘어야 아기를 낳을 텐데, 그런 날이 와 준다면, 나는 돈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왕비님 대접이 아닌, 우리 집에 데려다 놓고 최고로 좋은 미역을 사다가 한우 소고기를 듬뿍 넣고 맛나게 끓여 먹이며 사랑으로 보살펴 줄 생각이다.

친구는 끝으로 한마디를 더 했는데 하루 70만 원짜리 방도 운이 좋아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휴~우,,,

나는 지금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중랑방송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특별시 중랑구 송림길 13, 3층(상봉동)  |  대표전화 : 010-3780-0788  |  등록번호 : 서울 아 03142  |  발행·편집인 : 구주회
청소년보호책임자 : 구주회
Copyright © 2019 중랑방송.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