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엄마

새해를 이틀 남겨놓고 칠십아홉 살 그녀의 소풍은 끝났다.

10여 년 전 만해도 그녀는 넘쳐나는 에너지를 발산이나 하려는 듯 꾸준히 사고를 치고 다녔다.

아들 하나 보려고 줄줄이 딸을 여섯이나 낳고서야 드디어 아들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착실하고 반 듯하기는 하지만. 전생에서도 학교 선생님 이였을 것 같은 조금 많이 답답한 남편과 딸 여섯 그리고 금 쪽 같은 외 아들과 알콩 달콩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녀는 허구한 날 사고를 쳤다.

막내아들을 결혼 시키고 나서 모성 본능이 발동한 것이 아니고 빈 둥지 증후군 병에 감염되었는지 이런저런 사업을 하겠다며 뛰고 날랐다.

사전 경험이나 계획 없이 음식점, 수석, 골동품, 옷 가게, 심지어는 PC 방 사업까지 시작하고 폐업하기를 거듭했다.

남편 월급 압류 당한 것도 모자라서 딸 아들 사위들까지 카드 정지와 집을 이사하게 만들어 놨다.

울어도 말려도 사정해도 멈추지 않는 엄마에게 질려버린 아들딸 7남매는 엄마를 외면하게 되어 1년에 두어 번 무슨 날에나 마주할 수 있게 되였단다.

집까지 날린 엄마는, 전세 대출을 받아 옮긴 집에서 정년 퇴임한 남편과 둘이서 살다 보니

외로워서인지 우울증이 와서인지 그녀는 “양치기 소년이 아닌 “양치기 엄마가 되어 버렸다.

처음 아프다고 딸들에게 연락하면 7남매가 우르르 달려와 주더니 서너 번 거듭되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단다.

그다음에는 강력한 방법으로 그녀 스스로 병원에 입원을 하고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방법을 몇 번 썼더니, 그 후에는 전화조차도 피하는 지경이 되였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그녀를 말없이 보살피던 남편이 뇌졸중으로 수술받고부터는 그녀의 우울증은 더욱 심해진 것 같다.

딸들에게 전화해서 여기 아프고, 입맛이 없어서 굶었다,,, 하는 하소연을 늘어놓았지만 어느 누구도 들은 척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엄마가 심심해서 어리광 부리는 것이니까 속아 주지 말자는 동맹을 맺기도 하였다.

“양치기 엄마 버릇 고치기 였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 일 것도 같지만. 딸들은 “애야 내가 입 이 써서 몇 칠 동안 한 끼도 못 먹었는데  너네 집에 데려가면 안 되겠니?

"미안해요 엄마, 우리 부부 해외여행 가요 갔다 와서 연락드릴게요?

또는 “ 아이고 엄마, 아버지는 어쩌고요? 더구나 우리애가 고3인 것 모르세요?

또 “엄마 ,,, 또 엄살 부리는 거예요? 그만큼 자식들 괴롭혔으면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어요?  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어 버렸단다

딸들은 제 할 말들을 아무 꺼리 김 없이 늘어놓지만 며느리는 법이 무서워 선지, “어머님 죄송해요 아버님도 편찮으신데 저희가 모셔야 하는데 제가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고 아이가 어려서, 애가 학교 들어가면 부모님 저희가 모실게요,,, 하고 말한단다.

79살이나 된 그녀가 친 손주 학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 줄 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하였을까?

딸들은 곰국이나 반찬을 만들어 냉동실과 냉장고에 넣어 두고 햇반까지 채워 둬 주지만 그녀는 밥 보다 자식들의 얼굴이 그리웠다고 한다. 차가운 밥을 렌지에 돌려먹을 때는 노엽기도 하며 그리워서 눈물이 나 더 란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때마다 일 곱 명의 아들, 딸과 전화로 씨름을 하였는데 그것이 “양치기 엄마가 되어 버렸던 결과였다.

그날도 이미 양치기 엄마가 되여 버린 그녀가 아프다며 외쳤지만 어느 누구도 달려오지 않았다.

아내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게 된 남편에 의해 응급차로 병원에 도착하고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까지도 칠 남매는 보이지 않았다.

늦은 연락을 받고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엄마가 또 엄살과 응석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니  영락없는 양치기 엄마였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엄마에게 뒤늦은 눈물을 보이더니 하루 만에 영안실로  내려가서는 칠 남매의 걱정 꺼리는 죽은 엄마가 아니고 늙고 병들어 혼자 남겨진 아버지가 문제였단다.

그때 그곳에는 병원에 도착해 하루 만에  떠난 엄마가 슬픈 게 아니고 요양원은 죽어도 싫다고 하는 아버지의 거처가 문제였다.

“칠 남매를 79년의 소풍지에 남겨 놓고 떠난 “양치기 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보가 터져버린 나는,  내 딸에게  어떤 엄마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나이 환갑을 넘기면서부터 몸이 피곤하거나 하면 잠 꼬대를 심하게 한다.

그때마다 딸이 달려와 흔들어 깨워 주곤 하였지만 그게 오래되다 보니까

내 스스로 잠꼬대에서 깰 때까지 깨워주지 않는다.

그런 것도 서운할 때가 있는데, 혹시 나도 “양치기 엄마가 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양치기 자식이라도 언제까지나 속아 줄 텐데, 자식들은 양치기 부모는 싫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