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은 누차에 촌놈 출신임을 말해왔다.
촌놈에게도 귀한 것이 소 곱창이다.
시골에서 집안 큰일을 하면 돼지를 잡아 순댓국도 끓이곤 했지만 소야 말로 큰 재산목록이므로 서울로 유학 간 아들 등록금에나 써야 했다.
소고기 맛보기도 힘든 데다가 천엽이나 양 곱창은 더 말해 뭐 하랴.

인사동은 예술인들 그중 화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중 근방에서 전시회를 열면 근처 맛 집으로 소문난 집들이 적지 않아 식당에서 축하주를 한잔 한 적도 적지 않다.
물론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에게도 맛나고 푸짐한 곳이 이동네다.

평소 존경하는 미아리 서점의 형님을 모셨다.
이젠 서점도 접으셨지만 맘만은 총각이다.
본인이나 형님이나 우리 한우 곱창을 즐겨 하니 양반가의 기와집 형태인 이곳 인사동 종가집을 찾아 곱창모듬을 시켜놓고 소주도 약한 놈으로 한 병 주문했다.

먼저 간과 천엽이 나왔다.
날씨 핑계로 어지간히 싱싱하지 않으면 돌릴 생각이었는데 간을 입에 문 순간 단맛이 난다.
아니 이럴 수가?
얼마 전 도축한 한우가 부족하여 곱창을 댈 수가 없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는 그 고집을 알 만했다.
여기서 순진한 분들은 단맛이 난다 하니 설탕을?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아니다.
물맛이 좋은 물도 단맛을 느낄 수 있고, 싱싱한 회도 단맛이 난다.
이해가 안 간다면 나중 그런 기회를 만나면 된다. ㅋ

한두 잔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두툼한 무쇠판에 모듬곱창을 내온다.
그리고 조금 지나 아가씨가 소주를 붓는데 이건 이런데 선 첨 보는 불 쇼다.
그러니 기름도 타고 멋도 있고 일석이조다.
먼저 염통을 먹고 곱창을 젓가락으로 집어 기름장에 찍어 한입 넣었는데 그 씹을 수로 고소한 맛이 우리 한우만이 낼 수 있는 조선의 맛이다.
역시 인사동 종가집 곱창이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직장인들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가득 찾다.
그리고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빠져나간다.
아주 정숙하지도 않지만 시끄럽게 굴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산다고 했던가?
맘이 맞는 형님과의 대화 속에 시간은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