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힘들었구나”

이 글이 자살을 제일 많이 하는 한강대교에 쓰여있다고 한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자살하는 사람을 이해는 하지만 위로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지난 시간 동안 자살이란 단어의 유혹과 함께 수많은 날들을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했으니까.

지금도 힘든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이웃에게 삶의 선배가 돼 보겠다는 생각으로, “자살 예방 교육 강사 수료증도 받았고, 그림 상담, 노인상담, ,, 등등은 물론 철학, 타로 공부와 인문학 강의실을 쫓아다니며, 내 삶과 이웃들의 삶을 비교 분석하며 스스로 떠나려는 내 마음과 내 이웃을 만나기도 하였다. .

처음 이웃의 삶을 몰랐을 때는 “ 왜, 어째서 아무 잘못도 없는 나만 이런 대접을 받고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는가에 분노의 벽을 쌓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불행한 벽을 헐어버린 나는 세상에 남아, 우리나라가 자살 1위라는 기사를 읽는 순간  아프게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

아니 사건의 주인공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고, 다만 그가 남긴 고통의 상처와 안타까움만 선명하게 남겨진 것도 같다.

그 사건이 일어났던  날은 내가 여중 1학년 여름 방학 때였다.

엄마 아버지가 외출하셨기에 혼자 남겨진 나는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밀가루 부침개를 해 먹을 생각에 반죽을 시작했는데,

작은 양푼 가득 물을 넣고 휘저어보니 너무 질었기에 밀가루 더 넣고 나니 너무 되고, 또 물을 넣고 밀가루 더 넣고 하다 보니 어느새 양푼은 엄마가 김치 담글 때 쓰던 큰 그릇으로 바꿔졌다..

그때만 해도 밀가루도 귀한 양식이었는데 어느새 밀가루 가 담겼던 단지의 밑바닥이 보여 나는 엄마가 무서워졌다.

밀가루를 사다가 보충해 놓을 돈이 없었던 나는 실패한 반죽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골목 끝에 있는 맨홀까지 들고나가 쏟아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완전 범죄를 자축하고 있었을 때, 우리 집을 불행의 늪으로 빠트릴 소식을 전하려 온 두 명의 남자가 왔다.

“학생 ,,  경찰서에서 나왔는데 부모님 계시니? 아~ 아 니 요? 왜요?

 나는 그 아저씨들이 내가 맨홀에 밀가루 반죽을 버린 것을 알고 나를 잡으러 왔다는 생각에  떨고 있는데,“너 “신 중 땡” 아니?“신 중 땡”요?  우리 오빠 인대요?  근대 왜요? 나는 그제서야 밀가루 버린 나를 잡으러 온 게 아니란 걸 알고, 별로 기억나지 않는 오빠 이름에 격한 반가움을 표현했다.

“”오빠니? 오빠가 언제 집에서 나갔니?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아니요? 오빠는 우리 집에 안 살아요, 작년인가 그때 왔었고 못 봤는데요?

“”그래? 그럼 오빠하고 부모님이 다투거나 그런 일은 없었 구?“몰라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형사 아저씨들은 내게서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수첩을 꺼내서 뭔가 적어 주고는 부모님께 전하라며 돌아갔다.

아저씨들이 돌아가고 난 뒤 메모를 보니 “  신 중 땡 사망 “인천 ㅇㅇ 병원 영안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 나 지금이나, 내가 워낙 변변찮은 사람이라서 였는지  ,그 메모가 불길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그날 밀가루 반죽 버린 것만 들키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고 기뻤을 뿐 이였는데 형사 아저씨가 남기고 간 작은 종이 한 장은 우리 가정을 지옥 속으로 빠트렸다.

인천 병원의 영안실에 있다는 사람은 내가 태여 나서 3~4번 만났을 뿐인, 나와 엄마가 다른 오빠였다.

내 엄마는 아버지에게 숨겨 논 아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결혼을 하셨다는데, 남편에 대한 배신감 이였는지 엄마는 오빠를 죽을 만큼 싫어하셨다.

19년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오빠는, 내 엄마의 밥상을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가엽기는 하였겠지만, 아내를 설득 시킬 수 없었는지 아버지 역시 아들을 품어 주지 않으셨다.

아버지와 새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오빠는, 10여 년 동안 친엄마를 찾아다닌 끝에 인천에서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오빠의 생모는 이미 가정과, 자녀가 있었고 오빠를 자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외면하였단다. .

무슨 말도 안 될 듯한  막장 드라마가 내 오빠에게 일어났던 것이었다.

오빠가 실망과 좌절 속에서 스스로의 삶의 끈을 놓아 버렸던, 그날 이후 우리 집은 웃음이 사라지고 희망도 없는 흉가로 변해 버렸다. 

남편의 아들을 품지 못했다는 죄의식과 미안 함으로 엄마는 병들어갔다.

3대 독자였던 아버지는 비록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고 아들을 외면하였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는 오빠도 소중한 아들이었을 테니까..

아버지는 술이 취하면 엄마를 폭행하였는데, 엄마는 아버지의 폭력을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받아들이셨다.

다음 날 술이 깨신 아버지는 만신창이가 돼요 쓰러져있는 엄마 앞에, 미안하다며 울며 사죄하셨고, 한약을 지어다 손수 다려 주셨는데

나는 반복되는 그 모습이 이상스러워 보였다.

훗날 나이가 들며 알게 된 것은 폭행을 하는 아버지와 그 폭행을 천형으로 감수하셨던 엄마는 오빠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는 고통을, 그렇게라도 응징하셨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 오빠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내 오빠였던, 오빠가 떠나고 난 후 10여 년 동안을 출구 없는  고통의 터널 속에서 살아 내셨던 내 부모님은 젊은 나이에 오빠를 따라가셨다.

오빠가 그렇게 떠난 것이 내 부모님에게 돌이킬 수조차 없는 크고 큰 고통이란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나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것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삶을 스스로 떠난다면 남겨진 사람들의 삶 또한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빨강 방울이 달린 나일론 잠바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나에게 “ 오빠가 돈 벌면 저런 잠바 사 줄 께 “ 하던 사람이었다..

어떤 노래 가사에, 산다는 것은 힘든 것이라며, 또한 산다는 것은 수지맞는 장사라고도 했다

누구 든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떠나는 것은 때로는 쉬였다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수지맞는 내 삶은 내가 주인공이니까,,,

어느 비 오는 날, 무심코 뒤를 돌아 다 봤을 때, 우산을 들고 다가가는 누군가가 되어 주려고, 나는 오늘도 자살 예방 교육실에서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안타까운 내 오빠와,  내 엄마, 아버지 그리고 홀로 남겨져야 한 또 다른 내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