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40년 경성제국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고등문관시험 사법부에 합격해서 일제강점기 판사를 했던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으로 창씨 개명한 ‘토쿠야마 신이치’는 해방 후 이승만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거쳐 장관까지 되었다.
그는 법무부 장관시절 이승만 정권에 비판적인 경향신문을 폐간 시켰고 이승만의 정치적 라이벌이던 조봉암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사형시켰다. 조봉암에 대한 이 판결은 ‘사법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조봉암은 2011년 대법원에 의해 무죄판결을 받아 복권되었다.
2.
그는 법무부 장관을 거쳐 4.19 혁명이 있던 1960년도에는 내부무 장관을 하고 있었는데 ‘4.19는 공산당의 사주에 의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시위대에 발포명령을 내린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 책임으로 사형언도를 받았지만 어쩐 일인지 곧 사면이 되었고 이후에는 언론사를 설립해서 승승장구했다.
그의 이름은 홍진기… 1965년 중앙일보를 창간한 인물로 현 홍석현 회장의 부친이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장인이기도 하다.
3.
일제강점기의 적극적인 친일부역을 했던 관료가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반공을 기치로 한 고위관료로 신분이 바뀌었고 이후에는 보수언론을 설립하여 그 후손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는 이런 일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하다.
4.
오늘자 중앙일보에서 발행된 외부기고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사실상 그들이 말하고 싶은 논조에 해당하는 “코로나 위기를 대응하라면 한.일이 손잡아야 한다”는 의견은 상기에 언급한 중앙일보의 친일의 뿌리를 통해 내려져 온 DNA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그 기사에서 가장 어처구니가 없던 대목은 이 부분이다.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이다.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5.
현재 한일관계가 친구의 관계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사에 대한 은원,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것도 전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일본의 아베 정부는 자신들의 국내정치를 위해 한일관계의 악화를 부채질 하고 있다.
또한 도움에 있어서는 아쉬운 쪽에서 먼저 하는 손을 내미는 것이 옳다. 설령 친구라 할지라도 도움을 원하지 않는데 돕겠다고 한다면 그건 오지랖이자 상대방의 자존심의 상처를 주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6.
이런 가운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정이 급한 쪽에서 “너희가 정 우리를 돕고 싶다면 우리는 필요 없지만 고민해 볼께”라는 오만방자한 입장을 가진 일본을 “우리가 돕겠다고 먼저 제안을 하라”는 것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논조이다.
그들이 그런 논조를 적극적으로 내놓는 이유는 뿌리깊은 친일 DNA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자신들의 본국이 일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종종 헷갈린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적극적인 친일행각을 벌인 조선일보에 비해 중앙일보의 스토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상기 내용을 굳이 설명한 것이다.
7.
2017년 9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북한의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1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고 무장난민이 있을 수 있다면서 “자위대가 출동해서 사살할지 고려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 트럼프보다 더 미친 언급을 자주 하는 인물이 바로 '아소 다로'이다.
아소의 이러한 언급은 현 아베의 일본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종합세트처럼 보여준다.
한반도 위기론에 대한 부채질, 국내 정치 용도의 북핵 위협의 과도한 언급, 난민을 무력공격사태로 규정해서 일본 헌법에 엄격한 제한을 둔 자위대 방위 출동으로 은근슬쩍 규정하는 등등…
과거사 뿐만 아니라 현재의 모습으로도 일본이 우리를 친구로 여기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소 다로는 이 언급 말고도 한일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는 똘끼 충만한 말들을 많이 했다)
8.
이러한 일본 아베의 극우정부와 극우신문들의 도발에 문재인 정부는 당당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반면 미래통합당과 보수언론들은 고집 센 염소 마냥 우리가 일본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일간에 무역분쟁부터 지소미아, 코로나 방역으로 생긴 비자 문제, 그리고 작금의 코로나로 인한 인도적 도움에 이르기까지 한국민과 한국정부의 입장이 아닌 일본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승만의 자유당 시절부터 현재의 미래통합당까지 이어온 정당의 역사와 거기에 부역한 언론들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이해하면 될 듯 싶다.
9.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이 인도적 차원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원한다면 이웃 국가로서 충분히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할 것 같다.
둘째 일본이 우리를 확실한 친구이자 우방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의 표명
세째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이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한국보다 방역을 잘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는 중이다)
10.
이런 전제 없이 우리가 무조건 사정을 해서라도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들은 한국의 언론이 아니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조선일보도 비슷한 논조로 문재인 정부에서 일본에 마스크 지원을 타진중이라는 주장을 하다가 한국 외교부에 의해 반박 당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친일논조는 방식에서 약간 차이가 있는데 조선일보는 노골적이고 중앙일보는 원쿠션 돌려서 한다는 정도이다.
태생을 보면 그런 논조의 주장을 하는 언론사들은 한국의 언론이 아닌 일본의 극우언론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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