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를 위한 변명‘’

정치권에 때 아닌 철새논쟁이 뜨겁다. 철새(migratory bird)는 계절에 따라서 번식지와 겨울을 지내기 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새를 말한다. 북쪽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에 우리나라로 오는 겨울새와 봄에 남쪽에서 날아와 번식하고 가을에 다시 남쪽으로 가는 여름새가 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철새는 선거 때마다 이당저당을 옮겨 다니면서 출마하는 정치인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있어서 대표적인 철새정치인으로 이인제를 지목한다. 경선에 불복해서 당을 옮겨 출마를 강행하기도 하고, 이념이 다른 정당을 이리저리 옮겨 다닌 것이 13번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관악을로 출마하는 정동영을 두고 상대 당에서는 이인제와 마찬가지의 철새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하여 정동영은 자신은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면서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 몸이 무거워 날지도 못하는 먹새정치인이라고 되받아 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인제 의원은 정동영과 자신이 비교되는 것을 불편해 하면서 “저는 국민의 큰 여론에 따라서, 또 저의 노선이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어려운 길을 많이 걸었다”면서 정동영과는 많이 다르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도 정동영의 선택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정동영에 대한 비난이 자신에게 쏟아질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철새 자체로써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계절이 바뀌면 자신이 생활하는 장소의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철새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야 하는 생존전략 차원에서 철새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있다가는 자연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턱대고 둥지를 지키는 텃새가 되지 말고 먹잇감을 찾아 오대양 육대주를 날아다니는 철새가 되는 편이 훨씬 현명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철새는 선거 때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말이다. 그러나 대중정치인 중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철새가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적을 바꾸거나 출마지역을 여러차례 바꾼 경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말하는 철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상스럽게도 정치인들은 자신의 편에 있는 사람은 철새라고 부르지 않는다. 함께 둥지를 틀고 있는 정치인들 중에서 철새가 그렇게 많은데도 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론하라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철새들이 있고, 또다시 때만 되면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숨죽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철새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과 함께 있는 철새를 먼저 비난하거나 내보낼 준비를 하지 않으면서 누구에게 손짓을 한다는 말인가?

사실 철새가 생존전략이었듯이 정치인이 정당을 변경하거나 출마지역을 바꾸는 것을 무턱대고 비난할 이유는 없다. 어떤 이유로 변경하는지가 중요하고,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으면 된다. 이념과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일정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와 서로 다른 노선의 정당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오로지 정치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옮겨 다니는 것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철새와 그렇지 못한 철새가 구별되어야 할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정동영이 자신의 방향은 정확하며 일정한 노선을 지켜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청할 만 하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철새논쟁에 철새들은 불편하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자연의 변화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자신들이 왜 인구에 회자되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상대방을 철새니 떴다방이니 비난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자신도 똑같은 길을 걸어왔으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몰염치한 사람도 있다. 이제 그만 철새논쟁에서 벗어나자. 자신도 철새들과 한 둥우리에 있으면서 다른 철새를 비난하는 것이 볼썽사납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