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에 대한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가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 사건이라도 진실의 발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가해자가 공인이었다면 그 필요성은 커진다. 피해자 측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온 이야기들로 봐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꼭 오늘 기자회견을 했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이 유서를 남기면서 피해자를 배려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던 터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고소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최소한 박원순 시장을 배려하는 최소한이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이 발인이고 장례절차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기자회견을 해야 할 급박함이 무엇이었을까? 그러한 기자회견이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서 일을 한다. 민사소송과 고소사건을 대리하고, 형사 피고사건을 변호한다. 의뢰인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변호사의 역할이다. 피해자는 주관적 감정에 휩쓸리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의 조언이 필수적이다.
장례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고집하더라도 변호사는 적절한 시점이 아님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보다 차분한 상태에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호소하는 것이 훨씬 더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박원순 시장 측의 감정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다시 기름을 붙는 식의 기자회견은 피해자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혹시라도 박원순 시장의 의혹이 사라질까 두려워 기자회견을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에 의해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박원순 시장의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반대세력들은 당연히 서둘러서 불씨를 이어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그러나 변호사는 달라야 한다.
물론 여성계나 다른 도움을 주는 단체가 있더라도,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더라도 마찬가지로 변호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흔히 대형로펌들 중에서는 의뢰인을 위해서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로펌의 이익을 위해서 변호하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경험한 바에 의한 느낌이다. 오죽했으면 ‘*** 변호사님 &&&을 위한 변호가 아니라 의뢰인인 S사장님을 위해서 변호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겠는가?
일반인들은 변호사는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흘리지 않을 냉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의 고소인 측 기자회견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시의적절하지 않다. 변호사가 주도하는 고소인 측 기자회견을 보면서 같은 변호사로서 드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