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아닌 오늘처럼 만”

5년 후의 나는?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우울한 마음에,  머리에 꽃이라도 꽂고 나가야 할까를 고민 중 이였는데, 좋은 님들께서 단비 같은 숙제를 내주셨네요.

님들께서 하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누가 거역을 하겠는지요.

별 다섯 개를 꿈꾸며 5년 후의 나를 만나러 운동화 끈 단단히 묶고 펜을 앞세워 떠나겠습니다.

사람의 삶은 “돈, 건강, 명예¸ 세 가지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입니다.

5년 후를 설계하려면 우선 오늘을 분석해 봐야 할 것 같아서 나만의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첫 번째 “돈?

지금 내 지갑에 5만 원 자리 1장, 만 원짜리 3장,

그리고 성당 미사 때 봉헌금으로  준비해 놓은 5천 원권  한 장과 천 원짜리 몇 장이 있고, 내 은행 통장에는 매달 딸이 생활비라며 입금시켜놓은 내가 맘대로 꺼내 쓸 수 있는, 내 경제 수준으로는 적지 않은  돈도  있습니다.

지역 화폐로 구입한 쌀과 고기 도 엄청 많고 이웃에서 나눠 준 떡과 옥수수까지 넉넉하게 들어 있습니다.

비록 내 명의에 집은 아니지만 아직 미혼인 딸이 구입한 집이기에 방을 빼라거나 방세를 올려 달라지는 않을 것 같으니 집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 역시 딸에게 언쳐 사는 내가, 때로는 부끄러워서 돈을 벌어보려고 해 봤지만 그때마다 실패의 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옷 가게, 김밥 가게, 칼국숫집, 수예점, 인형가게, 심지어는 외로운 남녀를 맺어주는 결혼 상담소까지 해 봤지만 내 능력이 없는지 모두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 엄마를 싫다고 하지 않고 노력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다독여 주는 딸이 있어서 무사히 7학년이 되였습니다.

누군가의 한 맺힌 넋두리 속에 “아이구,,,  마음만 앞서고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나이가 깡패 였 구만,,, 하던 말이 생각나, 김밥 가게를 열 자신도 없어지고 세상 속으로 들어갈 용기가 줄어서, 지금은 딸 말대로 집에서 손맛 없는 주부 노릇 할 때가 많습니다.

내 지갑이 뚱뚱해졌으면, 내 통장이 재벌이 됐으면 하는 생각은 꿈에서도 하진 않는데 가끔 아주 가끔은 내가 만약에 복권이 당첨 되어 백억이 생긴다면 내 몫으로 조금 떼어, 그동안 신세 진, 친구, 친척에게 좀 나눠주고 중고차만 사서 타고 다니는 딸에게 새 차 사 주고, 그리고 나도 천만 원 챙겨서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꺼내 쓰고 싶다는 한심한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 외 돈 모두는, 물이 없어서 몇 시간씩 걸어가서 우리 집 설거지물보다 더러운 물을 길어다 먹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나라에

우물이던 펌푸를 만들어서 그들의 식수를 해결해 주고 싶습니다.

물론 복권이 당첨될리도 없을 테고요, 당첨이 된다고 해도 욕심이 발동해서 지금과 같은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릴 것입니다.

그냥 배부르고 등 뜨시니까 멍멍이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현실이 만족스럽다는 증거 같아서 많이 고맙습니다..

배고플 때 소화제가 필요할 만큼 먹을 수 있으니 경제적인 걱정은 없으니 만족스럽습니다.

그다음, “건강인데

건강은 1년 전부터 혈압 약을 복용하지만 별로 불편하지는 않은데 3년 전에 발병한 허리 협착이 가끔씩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처음 발병했을 때는 세상이 온통 새까만 어둠이었습니다.

허리 병으로는  금방 죽지도 못하고 고통이 심하다는데, 하는 생각에 너무도 괴롭고 슬펐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적응력이 뛰어나서인지, 의사 선생님의 위로의 처방전을 따라, 만보 걷기와 물리치료와 간간이 약도 복용하면서 허리 병과 친구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날 굳이를 할 때나 과로했을 때 허리병이 들고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살살 달래고 어루만져 주면서 잘 지내고 있기에 그것도 오늘은 걱정 없습니다

조금씩 흐려지는 눈 건강도 돋보기의 도움을 받으면 되고요

항상 좋아하는 삼겹살 쌈을 먹을 때마다 잇몸인지 치아인지의 눈치를 살피게 되지만 쌈의 크기를 약간씩 줄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건강도 만족해야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명예인가요?

나는 염치없게도 내 주재보다 넘치는 명예를 받고 있습니다.

하늘만큼 높고 높은 방송국 님들께서 설거지하던 내 손에 펜을 쥐여주셨습니다..

님들께서는 펜과 종이를 주고는 여의도행 초대장을 보내 주셨고, 대 방송국 구내식당 밥맛도 맛보게 하였습니다.

방송국 구내식당 밥은 그냥 밥이 아니고 명예로 가는 계단이었습니다.

산삼, 녹용보다 더 큰 보약을 방송 님들께 선물 받고, 나도 명예로운 사람이 되겠다며 뛰고 달렸습니다.

여기저기, 이곳저곳을 쉬지 않고 달리고 나니, 내 이름이 적혀있는 금테 두른 자격증, 수료증. 상장, 임명장 등이 30여 장이 되였고 이제는 선생님, 강사님, 감독님으로 불러주는 이웃들이 생겼습니다.

지금 내 휴대폰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 있습니다.

아침마다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 웃기는 동영상이나, 신기한 영상,,그리고 사임당 님을 닮았을 것 같은 준흠이 할머니의 주말농장 자랑이 하루가 멀다 하고 펼쳐집니다.

나는 답장으로 베란다 내 꽃밭의 콩알만 하게 자란 딸기를 사진 찍어 보냅니다.

코로라 때문에 만나서 밥 한번 먹기도 용기를 내야 하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는 그리고 나는 건강한 마음으로 아주 잘 놀고 있습니다. 평생학습장이 열리지 않아서 너무 안타깝지만  “이것도 지나가겠지요.

나는 현재의 나로서 만족하고 감사하기 때문에 5년 후에도 지금만 같았으면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님들께서 내주신 숙제의 답을 적으려 합니다, 

5년 후의 나는, 더도 덜도 말고  지금 이대로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5년 후 그날, 님들께서  다시  또 '5년 후 나는'이라는 숙제를 명령하시고 나는 그 명령에 따르고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저의 일생은 '내 이름처럼 화려한 꿈속 같은 '봄날 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