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특별사면을 논하며

이명박 정권 말기에 가신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이루어졌다. 심지어는 자신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사면까지도 고려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임기를 1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2013. 1. 31. 대통령의 측근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을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끼워 넣기로 용산사건 수감자 5명을 포함시켰다. 측근을 사면시킨다는 비판을 모면해 보려는 술수에서 용산사건 관련자를 포함시킨 것이다. 이러한 사면을 앞두고 필자는 사면권은 대통령 개인의 권리가 아니므로 공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또한 사법부의 재판권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서는 안된다는 비판을 여러차례 제기하였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23819&CMPT_CD=P000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132130035&code=990304).

그러다가 이제 다시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이 2번에 걸쳐 받았던 사면을 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참여정부 말기에 성회장이 상고를 포기하고 두 번째 사면 받은 것을 시비삼아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고,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참여정부 비서진은 이명박 당선자 측에서 성회장을 인수위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사면을 요청했고 참여정부가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가 아니라 과연 사면권이 이렇게 행사되어도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법무부가 관여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실무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사면의 대상과 시기는 청와대가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사면은 법무부가 주관하였기 때문에 청와대는 모른다’고 발뺌했던 문재인 대표의 주장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당시의 여러 정황으로 살펴보면 이명박 당선자 측의 요구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사면 후 성회장이 곧바로 대통령직 인수위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당선인 측에서 어느 정도 도와줬음을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회장의 특별사면을 두고 참여정부와 문재인 대표를 비판하려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어느 모로 보나 온당치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참여정부의 잘못된 사면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참여정부, 더러운 돈 받고 한 특별사면 없다"고 강변한다. 이러한 문대표의 태도는 상황인식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며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다. 사면권의 행사가 정당했느냐의 문제는 돈을 받았느냐의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대통령의 사면권을 두고 말들이 많았던 이유는 측근들에 대한 사면이 이루어진다는 점과, 사법부의 재판권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사면했던 것과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을 특별 사면한 것이 대표적인 측근사면이고 보은사면이었다. 이처럼 사면권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행사되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면권이 비록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는 하지만 공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면권은 사법적 판단이 갖는 경직성을 탈피하거나 국민화합 차원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사법부의 재판권을 형해화시키는 방법으로 행사되서는 안된다는 한계를 갖는다. 형이 확정된 후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 심지어는 재판과정에 있는 사람(상소권을 포기하고 형을 확정시킨 다음)을 사면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법부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심지어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릴 위험성도 있다. 당시 성회장은 상고를 포기하고 사면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사면권이 행사되기 전에 청와대 고위층에서 확실한 언질을 받았음이 틀림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상고권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회장에 대한 사면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특별사면을 누가 요청하였느냐, 사면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느냐의 여부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사면권의 행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사면절차에 있어서 충분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였는지, 당시 사면권의 행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는지, 사면의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 객관성과 형평성이 유지되었는지의 여부가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회장에 대한 잘못된 사면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그 최종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어떤 이유로도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던 이명박 당선자 측과 새누리당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국가권력은 누가 행사를 하든 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비록 서슬 퍼런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잘못된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차라리 그러한 요구가 있었을 경우에는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그의 책임하에서 사면이 이루어지도록 미루면서 부당한 요청을 거부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