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국회의원 4석을 가지고 싸우는 미니선거였지만 총선 같은 재보궐선거였다. 대선주자급 선수들이 출마한 것도 그렇고, 여당과 야당이 총력을 다해서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완패로 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나자 언론들은 각 당의 표정을 전하고 나름대로 관전평을 하면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성완종 파문에도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에게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전패한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에게 암흑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기사들이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친노세력들은 선거패배의 책임을 야권의 분열로 돌려서 책임을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새정치연합의 선거패배의 책임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하나하나 검토하기로 한다. 우선 문재인 대표는 당대표 선거과정에서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하였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 패배하여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야당이 패배주의 모습에서 벗어나 강력한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러다가 이번 재보궐선거를 앞에 두고는 ‘전패를 감수하더라도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로 말을 바꿨다.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당대표인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전략공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책임회피성 발언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의 발언은 당의 중진들이 줄곧 입에 달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도 선거패배를 염두에 두면서 미리서 책임을 회피할 궁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만큼 전투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관악을에 정동영 후보, 광주 서구을에 천정배 후보라는 야권의 간판스타들이 출마하자 그들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분열주의자로 낙인찍기에 바빴다. 실제 선거과정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상대방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인지, 아니면 정동영과 천정배인지 모를 정도로 두 사람을 비난하면서 그들과 경쟁하는데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그렇다보니 야권 지지자들을 하나로 묶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정동영과 천정배를 지지하는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로부터도 야권의 표를 흡수하지 못하였음은 당연하다. 관악을 선거의 경우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오신환(33.28%), 야권 단일후보 통합진보당 이상규(38.24), 민주당을 탈당하고 출마한 무소속 김희철(28.47)이었고,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오신환(43.89%), 새정치연합 정태호(34.20%), 무소속 정동영(20.15%)이었다. 두 선거를 비교해 보면 오신환 후보의 득표율이 10% 가량 증가한 반면 야권 성향의 득표율은 12% 가량 하락하였다. 성남 중원의 경우에도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고 야권의 표를 모두 합해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야권의 분열과 관련 없는 인천 강화, 광주 서구을의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은 완패하였다. 이번 선거의 패배가 야권분열로 인한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들고 나온 정권심판론도 그 내용이 공허하고 과연 그러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야권에서 매번 들고 나오는 구호가 정권심판론이었다.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야당에게 힘을 모아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보기에는 제대로 싸우지도 않으면서 선거 때마다 같은 소리를 하다 보니 아무런 감흥이 없다. 더욱이 우윤근 원내대표가 이완구 총리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목, 성완종 특사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권과 참여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흔적, 박지원 전 대표의 홍준표 지사에 대한 동정발언 등을 보면 도저히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정권심판론을 외치려면 최소한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심판하겠다는 명확한 방안을 제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성완종 사건을 두고 보여준 문재인 대표나 새정치연합의 태도 또한 분명하지도, 강력하지도 못하였다. 성완종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서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하거나 자꾸 말을 바꾸는 듯 한 인상을 주었고, 그동안 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였던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도 선제적으로 주장하지 않다보니 많은 국민들은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하여 야당 또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러한 정서를 십분 반영하여 물타기 작전으로 쟁점을 흐리는데도 별다른 대항을 하지 못한 것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야당에서는 정부여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외친다. 반사적 이익을 노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최소한 자신들의 인물 경쟁력을 내세우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가겠다는 비전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야권의 다른 출마자들에 대해서는 낙인을 찍기에 급급하다. 오로지 반사적 이익을 노려야 할 사람들은 자신들 뿐이어야 한다는 오만처럼 들린다. 여당이 잘못한 반사적 이익과 호남세력에 의존해서 선거를 치러온 야당이 반사적 이익을 나눠 갖는 구도, 호남세력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던 선거가 이번의 패배로 나타난 셈이다.  

광주 서구을 선거는 그동안 야당의 텃밭이었다. 공천을 받으면 곧바로 당선으로 이어졌고, 별다른 선거운동 없이 당선되곤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호남지역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은 당의 유력자들과 친분을 맺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상황이다. 최근 문재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그가 참여정부 수석비서관,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호남을 홀대하였다는 비판여론들이 등장하면서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더욱이 천정배 후보가 그 점을 이용하여 ‘호남정치 복원’을 들고 나왔다. 호남 사람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자는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호남차별이 극에 달하자 천정배 후보의 주장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였다. 당의 모든 인력들을 동원해서 선거지원을 하였지만 계속해서 ‘미워도 다시 한 번’, ‘새누리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신들에게 표를 찍어 달라’는 공허한 내용뿐이었다. 문재인 대표로써는 광주의 민심이 단지 광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호남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한번 밀리면 앞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므로 사활을 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태도가 문재인 대표와 경쟁관계에 있는 호남의 거목 정치인을 제거하려는 꼼수로 보여서 큰 표차이로 천정배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여든 야든 새로이 전열을 정비하여야 한다. 야당의 경우에는 수도권에서 국민모임이라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현, 호남에서는 천정배라는 무소속연대를 걱정해야 할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살펴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반성하여야 한다. 자신의 잘못은 부정하고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정치는 박근혜 대통령 하나로 충분하다. 선거패배의 책임을 야권분열에 돌리려는 처사는 더욱이 타당성이 없다. 야권분열의 원인이 자신들에게는 없는 것인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정부여당의 잘못으로 인한 반사이익만 노리려 하지 말고 인재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하여 스스로 존중받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친노세력에 씌워진 패거리 문화, 꼼수정치 등의 비판을 부인만 하려들지 말고 투명하게 절차를 관리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