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때마다 등장하는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이들을 추천한 집권세력들은 변명하고 감싸기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러이러한 미담도 있었다는 얘기를 언제나 한번쯤 들을 수 있을지, 아니면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들이 전혀 없다는 것인지 자괴감 마저 들 정도다. 여기 이극(李克)의 인물 천거론을 살펴보자. 우리에겐 여든 야든 이런 지도자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된다. 직무능력만 있으면 도덕성이 조금 부족해도 상관없다는 보수세력들, 제발 이 글을 읽고 정신차리기 바란다.

이극은 전국 시대 초기 위(魏)나라 사람으로 자하(子夏)의 제자다. 위문후(魏文侯)가 중산(中山)을 멸하고 태자 격(擊)을 중산군(中山君)에 임명했을 때 적황(翟璜)이 천거해 중산상(中山相)이 되었다. 문후가 그에게 사람을 살피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이에 그는 “평소에는 그가 친한 바를 살피고, 부유할 때는 그가 하는 일을 살피며, 현달했을 때는 그가 천거하는 바를 살피고, 궁지에 몰렸을 때는 그가 하지 않는 바를 살피며, 가난할 때는 그가 취하지 않는 바를 살핍니다(居視其所親 富視其所興 達視其所擧 窮視其所不爲 貧視其所不取).”라고 대답했다. 또한 문후에게 “수고한 사람을 먹이고, 공이 있는 사람에게 녹을 주며, 유능한 사람을 부리고, 포상은 반드시 실천하며, 벌을 내릴 때는 타당해야 한다.(食有勞 祿有功 使有能 賞必行 罰必當)”고 말하면서 사치를 금하기를 주장하면서 사치는 기한(飢寒)의 근본이라고 말했다(중국역대인물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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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야기는 이렇게 전한다. 어느날 문후가 이극에게 말하였다. "선생께서 일찍이 과인을 가르치시며 말씀하시기를 '집안이 가난하면 양처를 그리게 되고, 나라가 혼란하면 훌륭한 재상을 그리게 된다(家貧思良妻 國亂思良相)'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위나라의 재상을 임명함에 위성(魏成, 위문후의 동생) 과 적황 (翟璜, 그 당시 상경 ) 중에서 누가 더 낫겠소?"라고 물었다. 이극은 자신이 잘못 말해서 화를 입을까 염려되어 일반론적인 이야기만 하였다. "제가 듣기로는 비천한 자가 존귀한 사람을 평하지 않고, 소원한 사람이 가까운 사람을 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궐 문 밖에 있는데, 어찌 평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이에 위문후는 "선생께서는 일에 임하여서 사양하지 마시오"라고 말하였다.

이에 이극이 말하기를 "왕께서 세밀히 관찰하지 않으신 까닭입니다. 평소에 지낼때에는 그와 가까운 사람들이 누군지를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펴보고, 관직에 있을 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한 상황에서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는 것이 어떤지를 살피십시오. 이 다섯 가지만 살펴보면 쉽게 인선을 하실 수 있으실 터인데, 어찌 저의 조언이 필요하겠습니까 !"라고 말하였다. 문후가 말하기를 "선생께서는 관부로 돌아가십시오. 과인의 재상은 정해졌습니다."라고 하였다.

이극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적황을 만나게 되었다. 적황이 묻기를, "듣자하니 왕께서 선생을 불러 재상선임 문제를 물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재상으로 천거하였습니까?"라고 하니, 이극이 말하기를 "위 성자가 재상이 되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적황이 분노한 기색으로 "귀로 듣고 눈으로 볼 때, 제가 어찌 위 성자보다 못합니까? 서하의 군수는 제가 천거하였습니다. 왕께서 내심 업 땅 때문에 근심하실 때, 제가 서문표를 추천하였습니다. 왕께서 중산을 정벌하려고 하실 때, 제가 악양을 천거하였습니다. 중산을 토벌한 후에는 이를 지킬 사람을 찾지 못하여, 제가 선생을 추천하였습니다. 태자가 사부가 없어, 제가 굴후부를 추천하였습니다. 제가 어찌 위 성자만 못하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이극이 말하기를 "그대가 그대의 왕에게 나를 진언한 것이 어찌 장차 큰 벼슬을 구하기 위함이었겠습니까? 왕께서 재상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물으시기를 '성자 아니면 적황인데, 두 사람이 어떠합니까?'라고 하셔서 제가 대답해 말하기를 '居視其所親(거시기소친), 평소 어떤 사람과 친하게 교우했는지, 富視其所與(부시기소여), 부유할때는 어떤 사람과 교우했는지, 達視其所擧(달시기소거), 영달해 높은 관직에 올랐을 때 누구를 천거(등용) 했는지, 窮視其所不爲(궁시기소불위), 영달하지 못했을 때엔 어떤 일을 하지 않았는지(권력 잡자고 안해야할 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貧視其所不取(빈시기소부취), 가난할 때 무엇을 취하지 않았는지(가난을 면하고자 부정한 짓을 하지는 않았는지)를 살피시면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위 성자가 재상이 된 것으로 알 았습니다.

그대가 어찌 위 성자와 견줄 만하다는 말입니까? 위 성자는 식록이 천종인데, 그 중 10분의 9는 밖에서 쓰고 10분의 1만을 집에서 사용하였기에 동쪽에서 복자하, 전자방, 단간목 등 세 사람을 얻었습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왕께서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그대가 올린 다섯 사람은 왕께서 모두 신하로 삼았습니다. 그대가 어찌 위 성자와 비교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라고 말하였다. 적황이 멈칫거리다 절을 두 번 올리며 말하기를 "제가 비천한 사람입니다. 선생에 대한 대답이 부당하였습니다. 원컨대 평생토록 선생님의 제자가 되겠습니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