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경력판사 면접, 헌법 파괴행위다.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법원의 경력법관 채용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사실상 사상검증에 가까운 대면 면접까지 실시했다는 보도다. SBS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이 경력판사 지원자들을 사전에 접촉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견, 노사관계에 대한 의견과 국가관 등에 대해서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면접을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은 외부에 자신과 만난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국정원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신원조사를 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말하는 근거규정은 보안업무규정 제33조 제1항의 '국가정보원장은 국가보안을 위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신원조사를 한다', 그리고 제2항의 '신원조사는 국가정보원장이 직권으로 하거나 관계 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한다'는 규정으로 보인다.

천천히 살펴보자. 우선 판사들의 임용권은 사법부의 장인 대법원장에게 있다. 우리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3권이 분립되어 있으므로 사법부의 인사권은 오로지 사법부에 있고 다른 행정부서가 일체 관여할 수도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된다. 헌법 제104조 제3항에서도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관의 임명을 사법부가 아닌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는 금지된다. 신원조사가 필요하더라도 다른 국가기관의 협조를 얻어 사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이번 처럼 국정원이 개입하고 더욱이 대면 면접까지 실시할 경우 사실상 충성서약을 받는 것과 같으며, 국정원이 실시했다는 질문의 내용을 보더라도 특정의 신념을 가진 사람이 획일적으로 선발되는 위험성이 있고, 이 경우에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사법부의 독립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는 우리 헌법의 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헌법 제101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하고 있으며(헌법 제103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일반법관의 임명절차, 임기, 그리고 징계처분 등에 대하여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04조 내지 106조). 위와 같은 헌법규정은 사법부가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것은 물론 법관이 사법부 내에서도 독립되어 재판할 수 있도록 자격제, 임기제, 정년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헌법규정은 결국 법관이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의 임명에 있어서 일반 공무원의 임명과 같이 취급될 수는 없고, 더욱이 위에서 말한 보안업무규정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사법부가 그 범위를 명확히 정해서 법관임명에 있어서 독립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관의 임명에 사법부가 아닌 다른 국가기관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고, 그러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법권의 독립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 파괴행위에 이르는 것이다.

더욱이 국가정보원에서 대면 면접을 실시하였다면 당연히 대법원장의 동의를 구해서 법원이 정한 장소, 그리고 법원의 관련자가 참여하는 과정에서 면접이 이루어졌어야 할 것이고, 면접의 문항에 대하여도 대법원과 사전협의를 통해서 헌법정신이 반영되도록 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아무런 제한 없이 면접이 가능하도록 대법원이 방치하였을 경우 대법원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고, 대법원장이나 다른 대법관은 모두 책임을 져야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된다. 또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법관 후보자들은 대법원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의 여부를 물었어야 하고 대법원에도 그러한 사실을 확인했어야 하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라면 누구나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면접에 응하고 법관에 임명되었다면 그렇게 임명된 판사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 있는 판결을 할 수 있겠는가? 국정원의 양심테스트 통과를 위해 침묵을 지키면서 판사로 임용된 법관들에게 그대로 재판업무를 맡겨도 사법부의 독립이 의심받지 않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정보원이 충성심·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노사문제에 대한 인식,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시각을 조사하였다면 국가나 국민에 대한 충성심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살펴본 것으로 보이는 것은 물론 후보자들의 이념적 성향을 미리 파악해서 임명여부에 영향을 미치려 했음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사전에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알면서도 그대로 묵인하였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법관의 임명은 몇 사람의 공무원 임명과는 다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그 자격요건이나 임명절차 등에 대해서 헌법적 원칙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이처럼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대법원은 철저하게 조사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며 관여정도에 따라서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 관계자들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