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평화와 여성’의 이름으로 휴전선을 넘은 15개 나라 여성평화 운동가 30여명이 참가한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Women Cross DMZ) 때문이다. 우리의 한걸음이 그동안 분단으로 고통받아온 한반도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통일로 가는 밝은 미래의 가능성을 열기 바란다.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게 여성의 날’이자 천안함 사건으로 촉발된 5.24조치 5주년인 지난 24일 북한에서 경의선 육로를 따라 버스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온 세계 여성평화운동가 대표가 한 말이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와 이산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면서 “평화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폭탄이다” “여성들이 풀지 못할 갈등과 반목은 없다” 며 남북 정치인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이번 세대에 전쟁과 분단을 끝내길 소망한다고 했다.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외국인들이 촉구한 것은 참으로 민망한 일이지만 그동안 비무장지대에 대한 우리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대통령은 취임 초 미국 상하 양원 합동연설에서 신뢰와 평화가 자라나는 계기가 되도록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피력한바 있다. 이 야심차고 원대한 계획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DMZ를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상징하는 땅에서 세계평화를 상징하는 성지로 만드는 작업은 결코 꿈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얼마 전 도라산 전망대에서 비무장지대를 바라보며 우리의 영토가 그리 넓지 않은데 저 많은 땅을 70년씩이나 버려두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바 있다.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는 서쪽으로 예성강과 한강 어귀의 교동도에서 개성 남방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 금와를 거쳐 고성의 명호리까지 155마일에 이른다. 그 면적은 군사분계선 남북 4km, 동서 248km, 총면적 992km2(약2억7천만평) 남북의 민통선까지 합하면 그 몇 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이 잠자고 있다.
정치 군사적인 복잡하고 어려운 통일문제에 앞서 DMZ 세계평화공원 만들기에 남북이 마주 앉아 지혜를 모으는 것이 통일로 다가가는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개성공단과 함께 또 하나의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는 희망의 교량이 될 것이다. 우선 철원· 고성· 파주 등 국가가 정책적으로 평화특별구역을 조성하고 개발해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과 교류를 촉진하고 경제적 상호보완성을 높인다면 북도 진정성을 이해하고 호응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겻이다.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DMZ 세계평화공원에 대한 미래지향적 가치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리 역사의 보고로서의 문화적 가치,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는 생태적 가치, 유일한 냉전지역에서 평화공존지역으로 탈바꿈한 세계평화의 상징적인 메카로서의 가치 등이다. 여기에 남북 국토의 중심에 자리해 있으면서도 발전하지 못했던 지역으로서 국토균형발전, 지역경제발전이라는 경제적 가치까지 더해진다면 비무장지대야말로 우리 한반도를 살리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일들을 한발 앞서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6.25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현리(일명, 펀치볼) DMZ접경지 해발 1100미터에서 사과농장을 하고 있는 이근우 대표는 지난해 맛좋은 양질의 사과 2437톤을 생산해 117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경기도 철원에서도 629톤을 생산해 18억 87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급격한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비무장지대 인근 농가들이 사과재배의 최적지로 떠오른 결과다. 이밖에도 경기 포천군과 연천군도 한탄강 DMZ 청정지역의 농산물을 개발해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동안 세계평균기온은 0.7도 오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배인 1.5도나 치솟았다. 육상으로 상륙한지 한참 된 감귤도 2060년대엔 강원도가 재배의 적지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곳들은 수도권과 반나절 생활권이라 물류· 유통에서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DMZ 에 주목해야 한다. 분단의 상징이 아닌 상생의 대명사로 만들기 위해, 살벌한 무기의 전시장이 아닌 평화의 대명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소풍 나온 가족들이 유모차를 끌고 노니는 장소, 연인들이 손잡고 걸으며 미래를 설계하고, 세계인들이 모여 평화를 논하는 국제회의가 DMZ 평화공원에서 열릴 수 있도록 지금 우리가 시작해야 한다.
그 짧은 시기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저력을 되살려 한강의 기적에 이은 DMZ 세계평화공원의 기적도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한다. 이 일을 대신해줄 나라는 없다. 우리 스스로가 해내야 한다. 남북이 손잡고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한반도의 번영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 한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실현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책무다. DMZ 세계평화공원은 결코 꿈이 아니다. 우리 앞에 펼쳐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