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나비의 기도
                       태 종 호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6월의 한낮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아까부터 내 주위만 맴돌고 있다.
무더위에 꽃들이 시들어 버린 탓일까?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굉음 때문일까?
아니면 갈 길을 잃어서일까?

아니다.
백옥처럼 새하얀 저 나비는
하늘에서 내려 온 전령일지 모른다.
약소국의 설움을 절절이 새겨
마저 하지 못한 이야기를
삼족오에 실어 보낸,
뜨거운 피로서 조국을 지킨
호국영령들이 보낸
채찍을 든 몸짓일지 모른다.

점점 더 빠르게 싸고도는
저- 흰나비를 봐라
일편단심 저 신들린 춤사위를 봐라
우리는 어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무얼 잊고 있는가?
이렇게 망설이고만 있다가
수만 마리의 하얀 나비가
밀물처럼 몰려오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이제 태초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서로 맞잡은 손 놓지 말고
우리가 하얀 나비가 되어
저- 하늘에 닿을 때까지
한바탕 신명나게 춤추어보자
이 서러운 6월에
이 목마름으로 타고 있는 6월에.

乙未年 2015년 6월 6일 현충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