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이 차 구로역 가 유?

”네? 구로역요? 네, 가요.

나는 간단하게 대답을 한 후 문자 지우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 옆자리에 몸을 반쯤 앉은 할머니는 계속 떠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두 눈과

반쯤 일어선 몸은 전철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소화가 되지 않을 때는 영락없이 멀미를 하는데

오늘도 멀미 때문에 힘들었기에 잊어 보려고 쌓인 문자를 지우기에

몰입하며 견디고 있었다.

“아줌마 이 차 안양 가유?

”안양요? 구로역이 아니고 안양 가세요?

“네에 안양도 가요.

”아까 젊은이가 구로역에서 안양 가는 차 타라고 했는데

구로역에서 내릴 거야

“할머니 이 차가 안양 가는 차에요.

구로역에서 갈아타도 이 차를 타면 된다고요?

할머니는 내가 미덥지 못한지 아까 서울역에서 잘생긴 청년이

구로역에서 갈아타라고 했던 말만 믿고 있는 듯해 보였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휴대폰 속으로 들어가려는데

”아줌마 이 차 디지털 가요?

“네~에? 디지털요?

할머니 도대체 어디 가시는 거예요?

구로에요? 안양에요? 디지털에요?

내 목소리에는 짜증이 잔뜩 들어 있었다.

평소에도 착한 천사표가 아닌 나는 찻 멀미로 고통스러운데

할머니의 이상 행동은 정말 싫었다.

”할머니 도대체 어디를 가시는 거예요?

집이 어디시냐고요?

가시 돋친 내 물음에 잔뜩 주눅이 든 할머니는 가방에서

접고 또 접은 쪽지 두 장을 내밀었다.

“이거 잘생긴 남자가 적어 준 거고 이건 며느리가 적어 줬어

서울역에서 만났다는 잘생긴 남자가 적어 줬다는 메모에는

구로역에서 수원 쪽으로 가는 차를 갈아타면 안양, 디지털센터를 거쳐

병점역까지 간다고 쓰여 있었다.

”그럼 할머니, 할머니 집이 병점 이신 거예요? 아니면 수원 이신 거예요?

“으~응? 여기 있잖아유, 병점에만 내리면 집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나 잘 갈 수 있어요.

할머니가 내민 쪽지에는 병점역 10번 버스로 참0아파트 101동

라고 적혀 있었다.

”할머니 이 주소를 보니까 우리 아파트 옆 이내요.

내가 거기까지 가니까 같이 가시면 돼요.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앉아 계세요.

우리 아파트하고 할머니 아파트는 큰 소리로 부르면 들릴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이웃이라는 생각에 내 말도 부드러워졌고, 길에서 헤매시게 된

상황을 물어봤다.

할머니의 대답은 아들은 인천에 직장이 있어서 며느리 손주 와 함께

인천으로 이사 갔고 이곳에는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신다고 했다.

할머니도 인천으로 가지 왜 혼자 계시냐고 물었더니

이 아파트에 1년은 더 살아야 한다고 한 걸 보면

아마 주택 보유 거주 기간과 관계가 있는 듯했지만

나는 부동산 관계법에도 정말 무식해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치매 가 초기를 지난 것 같은데

혼자 잠자고 혼자 일어나서 식사하는 생활이 계속되면

치매가 빠른 속도로 온다는데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아들과 며느리가 밖에는 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다면서

비밀로 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아줌마는 참 착해요. 아까 서울역에서 만난 잘생긴 남자도 착하고

우리 아파트 아저씨도 착해요. 먼저 열쇠를 두고 나왔을 때

경비실에서 따뜻하게 있게 해 줬거든요

“난 왜 이렇게 복이 많은지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거든요.

할머니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치매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할머니의 치매는

행복한 치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가 몇 일에 한 번씩 와서 반찬도 하고 청소도 해 주는데

오늘 외출은 할머니가 손수 만들었다는 김치 부침개 한 장을

인천 사는 손주에게 갔다 주려고 싸 들고 나오셨다는데,

인천행으로 갈아타야 하는 걸 의정부행이나 청량리행으로

왔다 갔다 하셨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의 가방에서는 찐한 기름 냄새가 났다.

그때 시간이 늦은 오후였으니 할머니는 허기가 졌을텐대도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계속 떠들고 있었다.

“우리 친구가 엄청 많았는데 이젠 3명밖에 못 만나.

친구가 보고 싶은데 어떻게 가면 좋을까?

”며느님 보고 한번 데려가 달라고 하세요?

“아구 안돼요, 우리 며느리 바빠서,,,

”그럼 아드님 보고?

“아구 안돼요 우리 아들 비행장 가야 해요.

그리고 돌아다니면 혼나요.

할머니를 내려 드리고 집에 돌아오는데 내 발걸음도 천근만근이다.

어느 날 내 가방 속에 빈대떡 한 장을 싸서 넣고

구로, 안양, 디지털, 그러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잔뜩 흐린 하늘과 같았다.

할머니는 오늘 밤에도 홀로 잠드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