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태 종 호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남북관계의 전향적 변화를 기대한다. 새해에는 남과 북이 상생을 위한 과감한 정책변화로 신뢰가 회복되고 통일을 위한 새 주춧돌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돌이켜보면 2015년은 남북관계가 변화를 위한 진통이 컸던 한해였다.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도발로 인해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 휩싸였고 미•중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위기를 지켜보며 자국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의 현명한 판단과 끈질긴 노력으로 그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남북이 마주앉았다.
남측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무박4일의 마라톤협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8.25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금강산에서는 20차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졌고 마침내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었다. 실로 극과 극을 오가며 8년여 동안 경색됐던 대화의 물꼬가 터진 역사적으로 한 획을 긋는 한해를 보냈다. 
비록 남북 고위급회담이 서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성과 없이 끝나긴 했지만 남북관계에 미치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남북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다짐했듯이 장벽을 허물어 골을 메우고 온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대통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남북의 대화와 교류가 굳건할수록 한반도 통일에 대해 주변국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새해를 맞아 우선적으로 할 일은 어렵게 조성된 대화의 불씨를 살려 당국회담을 조속히 재개하는 일이다. 그리고 대화의 단절을 서로에게 떠넘기지 말고 그동안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불신과 악순환으로 시간만 낭비했던 근원을 찾아 바로잡아야 한다. 상생으로 가는 새로운 해법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남북회담이 전략전술로 이용되거나 일과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이라는 엄중한 과제를 앞에 놓고 준비되지 않은 형식적인 만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나 전술로 접근해서는 더욱 안 된다. 이번 당국회담이 결렬된 것도 결과적으로 북한이 우리가 제안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개성공단의 활성화를 위한 3통 문제, 환경과 민생, 문화의 3대 협력사업, 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울창한 숲을 외면한 채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나무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국회담이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만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성 만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이 풀어야 할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은 만큼 어려운 연립방정식을 푸는 자세로 인내심을 가지고 상시 만남을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대화분위기를 훼손하지 말고 쉬운 문제부터 접근해야 한다.
서로가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즉흥적이고 돌발적 행동으로 대화분위기를 해치는 행위가 없어야 한다. 북은 핵실험이나 로켓발사와 같은 돌발사건이나 지뢰도발과 같은 만행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남 또한 대북전단 살포 등과 같은 북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작은 행동 하나가 세계역사를 바꾸는 예를 우리는 익히 보아 왔다. 금강산에서 박왕자씨 피격사건이 얼마나 긴 시간 남북관계를 교착상태에 빠지게 했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어려운 문제를 꺼내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쉬운 문제부터 접근해야 한다.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당국 주도의 정치 군사적인 문제에 앞서 현실성이 있는 경제, 체육 문화 등의 비교적 쉬운 교류를 지자체와 민간이 참여해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당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고 남북 상생의 길로 나가야 한다.
현 시점에서 남북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산가족의 문제다. 지난 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당시 딸과의 마지막 작별을 앞두고 구순의 아버지가 목메어 불러주는 애수의 소야곡을 들으며 눈물짓지 않은 국민이 있었겠는가. 뱃속의 아기가 백발노인이 되어 나타나 생전 처음 보는 부모와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모습을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지켜보아야 하는 참담한 현실보다 더 시급한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6만 6천명의 희망하는 모든 이산가족이 한꺼번에 다 만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책무가 남북지도자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새해에는 남북이 전향된 자세로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한반도의 성장동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북한에 가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전 포항공대 총장)은 북한의 기초과학(소프트웨어)과 남한의 과학기술 인프라가 만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정부가 발표한 남북경협벨트(평양-개성-남한 수도권) 4단계 추진전략도 북한과 함께 힘을 합친다면 통일비용감소는 물론 통일 후를 대비하는 큰 결실로 이어질 것이다. 새해에는 남북이 큰 걸음으로 다가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