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지형이 춘추전국시대다. 지금 나열되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안철수 신당, 천정배의 국민회의,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 그리고 김민석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다섯이다. 잘 알고 있듯이 야권의 승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호남민심을 등에 업어야 한다. 그것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비로소 가능하다. 김대중의 당선과 노무현의 당선이 말해준다.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호남이 선거참여에 소극적이다 보니 민주당의 참패를 가져왔다. 19대 총선과 문재인이 후보로 출마한 대통령 선거의 경우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다른 외적인 요소로 인해서 실패하였다. 그러다보니 호남사람들의 실망감과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야권의 대표였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하였다. 아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으로 쓴다)이 문재인을 당대표로 선출한 이후 선거마다 패배를 하면서 야권의 강력한 축인 호남민심이 흔들렸다. 흔들린 호남민심에 더욱 부채질을 가한 것도 반대세력에 있는 정치인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걸 탓할 수만은 없다. 분명한 잘못이 있으니 흔들린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흔들려야 할 이유도 없을 게다. 한겨레신문의 어느 선임기자는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더불어민주당이 흔들린 이유로 호남의 근거 없는 반문재인 정서를 거론한다. 사실을 잘못 파악하고 있거나 일방적으로 문재인을 편드는 것에 불과하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라고 하는데, 보수세력의 편에서 아무 말이나 쏟아내면서 언론의 품위를 상실한 조중동의 종편방송과 다를 바 없는 편향적 태도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호남민심의 이반은 문재인이 대표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문재인은 호남민심을 얻고 있지 못하다. 참여정부때부터 발생한 호남민심의 반발이다. 지금에 와서 변명으로 둘러대어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문재인을 성토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떠나고 창당을 하기에 이른다. 대부분의 창당세력은 독자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하거나 대체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 그나마 안철수 신당이 더불어민주당에 근접한 세력이다. 그렇다면 야권 재편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

 
우선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한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여야 한다. 일체의 조건 없이 진정한 야권의 재편을 통하여 정권을 재창출 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각자가 이끌고 있는 창당세력들에게 어떠한 기득권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실상은 각각의 창당세력들에게 눈에 보이는 욕심이 있다. 그 창당 주도세력들이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아 국회에 입성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보다는 당을 이탈해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고 적당한 시점에 합당을 구실로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 받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이 재편될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중대에 불과하다.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담보할 수도 없다. 그래서 고민이다. 쉽게 배척할 수도 없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야권 재편의 방향이 명확히 잡히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정치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더불어민주당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탈당이 야권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강력한 야당으로 통합하는 길이라고 외쳐댄다. 그렇다면 그들의 행보가 어떠해야 하는가?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는 것이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통합과 혁신의 길로 나서야 한다. 이미 호남지역에서 재선을 한 사람은 모두 수도권으로 진출해서 진검승보를 벌여야 한다. 나머지 정치인들 또한 지역민심을 물어 어떤 방식으로 야권의 재편에 기여할 지를 생각하여야 한다. 굳이 자신들이 해당지역에 출마해서 무임승차를 하겠다면 또다시 더불어민주당이 걸어온 안일한 자세를 답습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탈당을 하거나 야권을 새로이 재편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게 되는 것이다.

 
야권재편의 기초는 통합이다. 그리고 문호가 개방되어 외연의 확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을 이탈해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정파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합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어떠한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오로지 실력에 따라서 사람을 등용하겠다는 것, 더불어민주당을 황폐화시킨 패거리주의를 배척하겠다는 것,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면서까지 보다 훌륭한 인재를 데려오겠다는 자세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 민생, 경제, 실용을 강조하면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서 운영하겠다는 것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었던 지리멸렬함은 패거리주의, 지나친 이념논쟁, 활기를 불어넣는 참신한 인재등용의 실패, 그로 인하여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구성원들이 중심을 이룬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거나 진행중에 있는 여러 세력들의 움직임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모두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합이 논의되더라도 자신들의 몫을 단단히 챙길 생각이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친노세력의 패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들 내부의 몇몇이 창당을 주도하거나 측근세력들로 방패막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 보인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인다면 굳이 다른 세력들과 함께할 이유가 없다거나, 유력 정치인들이 들어와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망가뜨린 소위 친노그룹의 사고방식과 다를 바 없는 구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희망도 존재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호남민심과 합리적 야권지지 성향의 표심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아직은 지켜보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또다시 같은 구태로 보인다면 곧바로 지지를 철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야권의 재편은 여당이나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자신들은 무조건 옳고 상대방은 잘못되었다는 이분법적 구조나 오만함을 버리는 것이다. 아직도 야권세력들은 독재정권 시절부터 쌓여왔던 독재에 저항하는 것은 정의라는 사고방식이 여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은 무조건 선이라는 방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같은 야권에서도 친노세력들은 자신들이 무조건 옳고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모두 지역주의라거나 개혁적이지 못한 것으로 쉽게 폄훼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친 갈등이 생기는 것이고, 민심이 이반하거나 지배구조가 취약하면 이러한 갈등이 내부에서부터 폭발하는 분열의 연속이었다. 이제 그러한 이분법을 버릴 때가 되었다. 국민을 향해서 말과 글로써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실력 있는 전사가 필요한 이유다.

 
몇 년 전부터 생계형 국회의원이라는 단어를 자주 이용해 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매월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서 월급을 받아가는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국회의원을 말한다. 치열함이 없는 국회의원이다. 지도부와 적당한 밀월관계를 가지고 활동하다가 선거때 공천을 받으면 당연히 당선되는 지역의 국회의원을 말한다. 당연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부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야권은 이러한 정치인을 배격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텃밭이라도 철저한 경쟁을 통해서 인재를 발굴해내야 한다. 예들들면 호남에서 당연히 당선되는 선거구라면 3선이나 4선 국회의원이 나와서는 안된다. 재선 이후에는 당연히 수도권에 진출해서 처절하게 경쟁하는 승부사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생계형 국회의원들이 야권의 지리멸렬함에 일조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불어서 새로이 재편될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지나친 대립을 하거나 감정싸움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보다 강력한 경쟁력 있는 야권의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면 동일한 방향으로 함께 가야할 대상이지 타도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경쟁을 하고, 때로는 힘을 합해서 정부여당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말로만 통합과 혁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면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