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태 종 호

                      
한국과 일본이 24년 동안 끌어왔던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대체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 표현에 관한 것과 ‘소녀상 이전’에 관한 것, 또 사죄의 ‘진정성이 없다’는 점 등이다.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당국자 회담에 나선 것은 아픈 과거 역사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관계 개선에 따른 자국의 이해득실과 한·일 수교 50년을 넘기지 않으려는 의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을 극복하고 합의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이번 합의에 반발하는 것은 한·일 양국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핵심인 피해 당사자들을 외면하고 당국자끼리 일방적으로 합의해버린 미숙한 처사가 불러 온 당연한 결과다.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죄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는커녕 합의가 끝나자마자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을 연출하기에 급급했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사전 상의 없이 선 합의 후 설득을 택함으로서 당사자들과 국민들의 정서를 외면했다는 여론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해 당국에서는 이번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일본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말하지만 당사자들과 국민들은 이 말에 우호적이지 않고 설득력 또한 약하다.
한·일 양국은 위안부 할머니와 국민들이 지적하는 합의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앞으로 합의 이행을 실행함에 있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먼저 한국과 일본은 이번 합의에서 일본이 피해자 치유조치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전제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다고 하였다. 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단어를 누가 넣자고 제의했는지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본질에서 벗어난 논쟁일 뿐이다. 왜냐하면 용서의 주체가 한·일 양국이 아닌 위안부 할머니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용서하지 않았다면 합의가 이루어졌다 해도 끝난 것이 아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 아니라 일본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사죄해야 한다. 아베를 비롯한 후임 총리들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사죄해야 한다. 이 문제를 끝내고 싶다면 일본 정부는 일제가 자행한 만행을 진정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부터 회복시켜주어야 한다. 금전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평생을 한을 안고 살아 온 그분들이 사죄의 진정성에 마음을 열어 용서한다고 말할 때 비로소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연로하고 몇 분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일본은 영영 제대로 된 용서를 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소녀상 이전문제인데 이는 사실여부를 떠나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위안부 소녀상이 왜 세워졌으며 왜 그 자리에 세워야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세워졌는지를 간과한 처사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일본과 합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를 관련단체와 협의하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자국 언론에 소녀상이 이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킨바 있고 ‘요미우리 산케이’ 등 일본 언론들은 연일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14일 수요 집회 1000회를 기념하여 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의 상징이다. 현재 소녀상은 전국 27곳과 미국 캐나다 등에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져 있고 추가 건립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이 진정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철거가 아니라 소녀상을 보면서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며 추가 건립을 막아서도 안 된다.
일본의 사죄하는 방식도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한·일간의 외교에 있어 중차대한 사안을 아베총리 자신이 직접 나서 사죄하지 않고 외상으로 하여금 대독케 함으로서 앙금을 키웠고 진정성 논란의 불씨를 만들었다.  또 아베총리는 합의 다음날 잉크도 마르기전에 이제 위안부 문제는 모두 끝났고 더 이상 사죄는 없으며 한국은 약속을 어기면 국제사회에서 끝이라는 망발을 함으로서 우리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아베와 일본정부의 사죄가 진정성이 없다고 보는 이유다. 진정한 사죄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전범들을 대신해 당국 책임자인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 정중히 무릎 꿇고 사죄함으로서 진정성 논란은 끝난다. 전후 독일은 나치가 저지른 죄업에 대해 독일의 정상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피해자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최소한 그 흉내라도 내야 진정성에 대한 오해가 풀릴 것이다. 일본총리가 진정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위안부 할머니나 소녀상 앞에 무릎 꿇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의 가장 확실한 합의이행은 가해자인 일본이 생존해 계신 46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진솔하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