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통합연구소 회장 태 종 호
 
북한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식당 종업원 13명이 탈출해 국내로 들어왔다. 유엔의 대북(對北) 제재와 한국 정부가 해외 북한 식당 이용자제 등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취한지 한 달 만의 일이다. 김정은 집권 후 국경 단속과 탈북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했음에도 일어난 집단 탈출은 북으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해외 식당에 외화벌이에 나선 종업원들 대부분이 북한의 중산층 이상으로 출신성분이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집단 탈북이 예사롭지 않다. 현재 북한 내부의 민심 동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4차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중국마저 제재에 동참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자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북한 주민의 식량 배급량이 전년도 대비 10% 정도 줄었다. 수출은 반 토막 나고 외화 보유고도 고갈되어 북한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북한에 투자를 약속했던 외국 기업들도 약속 이행을 꺼리는 등 대북 투자까지 동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집단 탈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북한의 해외 식당은 그동안 개성공단과 함께 외화벌이의 주 수입원이었다.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 130여 개의 식당에서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영업부 진의 문책이 두려워 탈출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더 큰 이유는 대북제재의 파급효과가 북한 근로자들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안과 실망감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들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TV와 인터넷으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남한을 동경하고 있었고 한국에 오는데도 서로 마음이 통해 아무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해외 식당뿐 아니라 전 세계에 5만 명에 달하는 해외 근로자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외화벌이에 동원되고 있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을 핵무기의 진화에 쏟아붓고 민생을 외면했다. 그러기에 북한 주민들의 불만과 동요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처한 절박함을 나타내는 조짐은 최근 발표된 북한 국방위원회의 담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야만적인 제재 소동이 우리 삶의 공간을 완전히 질식시키고 있다” 며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임을 제시한 바 있다. 겉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별무효과라고 강변하면서도 협상카드를 이용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발 뒤에 대화제의’라는 강온 양면전술은 그동안 북한이 수 없이 반복해 온 것이다. 이제는 신뢰가 상실되어 여기에 넘어갈 나라는 없다. 북한은 지금도 계속해서 핵무기의 소형화와 다종화, 다양화를 외치며 핵탄두의 기폭장치 대기권 진입 능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또 다음 달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체제 결속을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하루빨리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북핵으로 인해 한반도에 드리워진 모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근본적 해결책은 북의 비핵화에 있다. 북한은 더 늦기 전에 비핵을 선언하고 통일을 위한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외국으로부터 한반도의 자주권이 침해를 받는 것도, 통일의 어려움을 겪는 것도, 북한의 고질적인 경제적 빈곤도, 인권탄압으로 인한 체제 이탈도 결국 북핵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민들의 인권이나 민생에는 관심이 없고 대를 이어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리는 한 아무것도 달라질게 없다. 제4차 핵 안보정상 회의에서 세계 정상들도 한목소리로 북핵 불용 의지를 확인했다.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강력한 대북제재를 일관되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 역시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은 비핵화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