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호

친구 따라 강남 간 제비처럼

먼 길을 돌고 돌아 간

그 곳에는

천년학이 살고 있었다.

무슨 사연 있길래

날개를 접은 채

천년을 기다린 것일까

누구를 기다리고

무엇을 기다리느라

봄이면 샛노란 유채꽃 피워내고

가을이면 새하얀 메밀꽃 피워내며

그토록 모진 바닷바람 설한풍을

견디어 낸 것일까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생각해도

풀리지 않아

하늘을 보니

반짝이는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리는데

북두칠성 사이로 어머니의

웃음 띤 얼굴이 보인다.

아! 천년학은 어머니였다

길 잃고 헤매이는

우리 형제를 기다리며

어미는

천년을 하루같이 그렇게

기도로 지새웠구나.

어머니,

이젠 우리 뜻 아셨으니

접었던 날개 다시 펴고 훨훨 날아서

북녘 땅 형제에게 전해 주소서

손잡고 사는 법을 알려 주소서

우리는 옛적부터 하나였다고 가르쳐 주소서.

병신년 2016년 4월 28일. 전남 장흥 천년학 리조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