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태 종 호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화한 북한이 이젠 연일 평화공세를 펴고 있다. 스위스, 러시아 등의 대북제재가 예상보다 강해지고 있고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남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변화를 기대했던 국제사회를 향해 ‘핵보유’를 못 박고 오히려 핵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는 대북제재에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비핵화를 통한 개혁 개방은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은 우방이 없이 허허벌판에 홀로 남겨진 북한의 아주 잘못 된 선택이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당 규약에까지 명시한 이상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입에 담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제 북은 모든 사안을 핵보유국 반열에서 대응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변화와 대비가 필요하다. 국제공조가 관건인 대북제재에만 기대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북핵에 대한 정책으로 내세웠던 소위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자회담의 문턱을 높여놓고 재정적자와 미군들의 희생방지라는 명분으로 북핵을 방치하고 중동에만 관심을 쏟는 사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로 진화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기까지 이르렀다. 그에 따른 위협적 요인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북의 협상력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보는 치명적 위협에 놓이게 되었다. 한국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소극적 대응보다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능동적인 외교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국정부가 주도해 나갈 외교안보와 대북정책을 찾아야 한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국제공조에만 기대거나 남북의 냉각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는 식의 안이한 대처방식으로는 변화무쌍한 국제정세의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없다. 현재 한반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질서가 크게 요동치는 중심에 서있다. 미래를 가로막는 난제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가장 큰 난제는 역시 북핵문제다. 북한의 5차 핵실험도 소멸된 것이 아니라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을 뿐이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실행에 옮길 것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에서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대북제재를 재점검해서 실효를 거둘 수 있게 하고 우리 군의 대북 억제력도 유사시에 실질적으로 안전보장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동향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북의 거듭된 대화제의에 대해 비핵화 우선원칙을 밝히고 입장 표명부터 요구한 남측의 역제안과 해외식당 종업원의 탈북 이후 감시를 강화했음에도 추가 탈북이 이어지는 등 체제안전이 불안해지면 대남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또 남과의 대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평화협정을 고리로 대미관계개선을 위한 대화공세에 올인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북한과의 평화협정 카드를 테이블위에 올리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경선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미국 대선도 주목해야 한다.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공화당 후보로 입지를 굳힌 ‘트럼프 리스크’가 미국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여기에 대한 대비책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북•중 관계도 방심해선 안 된다. 한미일 공조가 표면으로 떠오를수록 순망치한의 위기를 방어하기 위한 중국의 태도변화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한미동맹과 마찬가지로 북•중 역시 유사시에는 외면할 수 없는 혈맹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제적 대화제의와 다자협상을 위한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만 견지할 것이 아니라 남북문제에 대한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요구에 응하도록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평화공세가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출구전략인지 대북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한 시간벌기인지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함인지 진정성 파악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불안정한 외교안보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이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21세기 한국외교의 성패는 남북을 비롯해 미•중, 한•미, 한•중 등의 양자외교를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주도적 창조외교의 실현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