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으로부터 주식 특혜를 받은 진경준 검사장이 지난 17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사로서 부끄럽다’, ‘미꾸라지가 물을 흐렸다’, ‘공직자로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등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사과의 핵심은 ‘미꾸라지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태에 대한 그들 수뇌부의 반성은 없었다.
최근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처가의 1,300억대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곤란했던 차에 진 검사장의 주선으로 넥슨코리아가 해당 부동산을 매입해줬고, 그 보답으로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보유 사실을 눈감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수석은 진 검사장 승진 당시 인사검증을 맡았다. 그가 당시 제대로 된 검증을 했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까지 초래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 수석은 진 검사장의 대학과 검찰 선배로 평소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진 검사장이 난처한 상황에 처한 우 수석을 위해 자신의 대학 동기인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를 소개시켜줬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 수석은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김정주 대표와는 전혀 일면식도 없으며 해당 보도의 근거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상속세를 내기위해 부동산을 내놓았던 자신의 ‘청렴결백’을 강조했다.
‘자신만은 떳떳한’ 법조계 고위급 인사들의 입에서는 진 검사장에 대한 비난만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진 검사장 개인만 처벌을 받으면 이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일까? 끼리끼리 인맥과 몇 억이 몇 천원처럼 오고가던 ‘그들만의 리그’는 없어지고 진 검사장의 ‘과오’만 남았다.
물론 진 검사장 개인의 도덕성 문제도 매우 크다.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엔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지 잡아떼며 거짓말만 반복하다가, 궁지에 몰리자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에 대해서만 자수했다.
국민들 사이에선 진 검사장의 뻔뻔하고 비겁했던 모습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가 오르내리고 있다. 법조계 1위 자산가가 편법으로 일궈온 부(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이 과정에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했다는 사실에 대한 실망감도 매우 클 것이다.
과거 진 검사장은 초임 검사 시절 6천원 짜리 열차표를 1만원에 팔아 4천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암표상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물론 그 암표상에 대한 처분이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암표상은 범죄를 저지를 수는 있었지만 빵빵한 인맥과 자본금이 없었다.
반면 진 검사장은 친구 덕에 4억을 공짜로 받아 120억을 벌었다. 친구에게 4천원을 받아서 로또를 산 것도 아니었다. 로또에 비할 수 없는 승률 99.9%의 ‘주식대박’이었다. 그가 엘리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범죄 행위에 대한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법적·도덕적 책임이 요구된다. 부디 4천원의 이익을 본 암표상에게도 날을 세웠던 ‘사법정의’가 이번에도 공정하고 엄격하게 실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