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07-20 07:44:07
수정 2016-07-20 07:44:07
이 기사는 196번 공유됐습니다

최경환, 윤상현 의원의 공천개입 논란에 이어 이번엔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공천개입이 폭로됐다. 현 전 수석이 당시 현직 청와대 정무수석이었고, 줄곧 ‘대통령의 뜻’을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무게를 가진 사건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불러왔을 만큼 휘발성이 강한 사건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엄밀한 심사를 거쳐 공직 후보자를 추천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 종합편성채널 매체가 보도한 것을 보면 실제 공천은 이른바 친박 ‘실세’들과 청와대에 의해 좌우되었음이 드러났다.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 좌장인 최 의원은 수도권의 한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힌 김성회 전 의원에게 대통령의 뜻을 강조하면서 지역구를 옮길 것을 종요했다.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사이인 윤상현 의원도 같은 논리와 화법으로 김 전 의원을 압박했다. 여기에 현 전 수석까지 동참한 셈이다.
두 사람의 친박 실세 의원과 현직 청와대 정무수석이 똑같은 말로 한 사람의 후보자를 압박했다면 이는 누가 봐도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 모두는 자신들의 생각이 대통령의 뜻임을 숨기지도 않았다.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결코 선거에 개입하고 있지 않음을 누누이 밝혀왔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을 정면으로 어긴 사건이다.
김 전 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친박계가 보이고 있는 행태는 굳이 거론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서청원 의원의 측근인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김 전 의원에 대해 “인간 쓰레기 같은 행동”, “남자의 세계에서 가장 비겁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에게 ‘남자’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 바 아니지만, 이런데서 ‘의리’를 찾는 모습은 헛웃음을 자아낸다. 최, 윤 의원이나 현 전 수석은 자신들의 행위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박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 지난 총선에서 최대의 현안이었으며, 새누리당이 참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는 걸 그새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막말과 허황된 논리로 포장하건 대통령의 공천개입, 선거개입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 문제는 새누리당 내의 계파갈등 소재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검찰은 대통령의 선거개입에 대해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이 정권 하의 모든 문제가 결국 박 대통령에서 출발해서 박 대통령으로 끝나고 있다는 걸 대통령과 그 측근만 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