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명의로 된 축하 난을 전달 받고 대화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새누리당 신임 대표로 선출된 '친박(친박근혜)' 이정현 대표의 첫 공식일정이 시작된 10일, 이 대표는 가는 곳마다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얘기만 했다.
'박근혜 입', '박근혜 복심'으로도 불리는 이 대표는 이날 첫 공식행보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참배한 뒤 박 대통령부터 입에 올렸다. 그는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와 국민, 민생, 경제, 안보를 챙기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날 전당대회 결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는 이 대표를 비롯해 조원진·이장우·최연혜·유창수 최고위원 등 '친박'이 장악했다. '비박(비박근혜)' 인사는 강석호 의원 1명뿐이다. 이에 당청관계가 수직적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정현 "박 대통령에 맞서면 여당 의원 자격 없어"
이 대표는 축하 인사차 서울 여의도 당사로 찾아온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비서관과 만난 자리에서는 비박계를 겨냥해 "박 대통령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인 것처럼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언제든 박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도 내세웠다. 그는 "13년을 (박 대통령과) 정치를 동반자로서 해오면서 (제가) 박 대통령과 가장 많이 전화통화를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새누리당 새 지도부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공식회의에서는 최고위원들의 발언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당 대표, 원내대표의 발언만 공개하기로 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가급적 이견이 있거나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비공개 토론을 통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후 정제된 내용을 당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 최고위원회의가 말 그대로 회의이지 논평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논평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이 점령한 새 지도부에서 '비박' 등 당내 소수 의견을 틀어막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공교롭게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유일한 '비박' 강석호 의원이 당내에선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그는 "지금 현재 우리 당내에는 많은 일들이 밀려있다"며 "해결해야 될 복잡 다양한 일들은 빠른 시간 내에 체제가 잡히면 국민, 당원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항을 하나씩 밝히고 투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청와대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새 지도부는 오는 11일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이 대표에게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할 뜻을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신임 최고위원들을 포함한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오찬에 참석하기로 했다.
김무성 "'비박' 승리 바랐지만 국민은 다른 선택"
지도부 경선에서 친박계에 '완패'한 비박계는 최대한 몸을 낮추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박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을 지지했다가 대권 가도에 타격을 입은 비박계 '좌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전대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전남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총선 참패를 보고 당의 분위기를 획기적,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비주류가 대표가 되길 바라면서 지원을 했다"며 "하지만 국민의 선택은 다른 선택을 했고,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비박'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지도부가 지금 국민이 당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에 대해 좀 잘해주기를 기대하는, 그런 마음밖에 없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비박' 나경원 의원도 "(이 대표가) 그동안 거의 신화를 만들어온 행보에서 나타낸 것처럼, 용기 있고 정의롭게 당을 운영하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해 주시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당 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에게 밀려 2위에 그친 '비박' 주호영 의원은 공개 행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정의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