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태 종 호

광복 71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한반도의 상황은 만만치가 않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은 매우 불안정하다. 남중국해 영유권문제와 한국의 사드배치를 둘러싼 미•일과 중•러를 양대 축으로 하는 패권다툼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로 인한 신 냉전 구도가 구체화 되는 양상이다. 일본의 아베정부는 그 틈새를 이용해 과거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자국의 실리를 극대화 시키며 궁극적으로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해 군사대국주의로의 회귀를 노리고 있다. 또 7차 당 대회 이후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이제 그 도를 넘었고, 그에 따른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과 중•러의 강경한 반대 등 살벌한 동아시아 안보 소용돌이 속으로 한반도가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한국의 사드배치로 인한 논쟁은 국내뿐 아니라 미•중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미•중간 전략균형을 파괴하는 행동으로 판단하며 미국의 새로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으로 단정하고 있다. 또 대국답지 못한 행보를 보이며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마저 완전히 바꿔놓았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그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북한은 앞으로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핵무장을 더욱 정당화할 태세고 추가 핵실험도 우려되고 있다. 남한 역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론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모두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남북 간 군사대결을 심화시키고 북·미간 적대관계의 고착화, 중국의 무력증강은 더욱 고도화 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사드 배치가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 냉전질서를 부활시키고 대북제재를 흔들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처럼 엄중한 상황임에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처는 혼란스럽고 미약하다. 엄청난 외교적 파장을 몰고 올 중대한 사안을 주변국과 지역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도 없이 너무 서둘러 결정했다. 이는 외교적 파장과 갈등을 자초한 결과가 되었고 국민이 납득할만한 사후 대책 또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시급히 국론통일에 나서야 한다. 2017년 말까지 설치하기로 한 사드배치를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다시 한 번 사드배치에 따른 국익의 이해득실을 냉철하게 점검하는 한편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내외의 파장부터 서둘러 추슬러야 한다. 협박과 반발을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한국의 사드배치가 근원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에 대한 자위권 조치임을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북의 비이성적 도발은 침묵방관만 하고 있는 중국의 책임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납득시키는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또 사드를 반대하는 국내정치권과 사드배치 장소로 선정된 지역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여 정부가 신뢰를 얻을 때까지 대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광복 71주년,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는 지금 복잡하고 다양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시대조류에 맞는 국가전략과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더 정교해져야 한다. 각 부처는 눈앞에 놓여있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밀한 실천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무원 개개인은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한다.

국내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대형 사건사고, 저출산 고령화문제와 심각한 양극화 현상,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형테러나 거친 막말의 정치가 각광받는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미국에서 트럼프를 앞세워 불고 있는 냉소적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영국의 브렉시트가 남긴 과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 패소 이후 나타난 극단적 민족주의 열풍 등, 정치, 경제, 사회의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는 미래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과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우리의 적은 외세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부의 분열에 있음을 자각하고. 정책의 최우선 과제 역시 국익우선과 국민통합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지정학적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감하고 중요한 현안들을 놓고 맞서 싸우다 나라까지 침탈당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과 국론분열을 보면서 광복 70년이 지나도록 왜 아직도 우리는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며 우리의 의지대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