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08-22 07:20:57
수정 2016-08-22 07: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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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우병우 민정수석 지키기에 나섰다. 우병우의 비리 혐의에 대해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던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이석수 감찰관이 언론사 기자와 통화한 것을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하며 검찰에 수사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어제 청와대 관계자는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를 “집권 후반기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입장에 따르면 김무성 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내에서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언급했던 이들이 모두 박근혜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들 위험 세력이 된다.
대통령 자신도 아니고 국정의 일부를 맡아보는 청와대 일개 수석의 비리 의혹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국기를 뒤흔들고 식물정부를 획책하는 일이라니 이게 제 정신에서 나올 수 있는 논리인지 끔찍하다. 민정수석은 다른 직책도 아니고 고위 공직자를 심사하여 추천하는 일을 하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사람이 앉아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도 현명한 일이다. 그런데 일개 수석이 끝까지 버티고 대통령이 이를 비호하고 있으니 항간에 떠도는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한다는 ‘우병우 사단’ 소문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검찰을 향해 수사의 칼날을 우병우 민정수석이 아니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 돌리라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야말로 국기를 뒤흔든 국정원 대선 부정 사건의 책임자인 원세훈을 구속시킨 채동욱 검찰총장을 죽이기 위해 혼외자식 문제를 터뜨렸다.
검찰총장이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을 본 일선 검사들이 어떻게 수사를 하고 판사들이 재판을 했는지는 익히 아는 바이다. 이를 통해 원세훈을 살리고 대선 부정 사건을 축소 은폐할 수는 있었겠지만 국민들의 가슴 속에 대선 부정이 진실이라는 것은 더욱 깊게 자리 잡았다.
지금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죽이라는 청와대의 하명은 우병우 수석을 통해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을 좌지우지하여 정권 말기를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느끼게 해준다. 또한 내가 신뢰하는 자를 건드리는 자는 가차 없이 쳐내겠다는 박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전혀 변화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심판당한 것은 박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심판한 것은 다른 그 누구가 아니라 박 대통령을 심판한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싸우려 하지 말고 민심을 받들어 정책 기조의 전환을 이룬다면 그나마 집권 후반기의 정국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텐데 우병우 민정수석을 살려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박대통령의 판단은 자멸의 길이다.
지금 당장은 권력을 쥐고 있으니 밀어붙이고 있지만 그럴수록 집권 세력 내부에서부터 더 큰 균열이 터져 나올 것이다. ‘배신의 정치’를 혐오한다며 밀어붙일수록 더 큰 배신이 측근들에게서 나오게 되어 있다. 힘으로 찍어누르면 된다는 생각이 결국 자기 발등을 찍게 된다는 역사의 철리를 박 대통령은 임기 끝나는 날까지 모르고 퇴임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