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민족반역자들의 역사왜곡과 민족정기 훼손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2대에 걸친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손이자 유족회를 이끌고 있는 김삼열 독립유공자 유족회장의 단호한 목소리에 장내 분위기가 일시에 숙연해졌다. 단상에는 커다란 태극기와 함께 106년 전 나라를 잃었던 이 날을 “국민 각성의 날”로서 다짐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독립유공자유족회는 29일 경술국치일 106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국치일 106주년 추념대회’를 열고 일제 식민지배의 뼈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경술년에 일어난 치욕스러운 일’이라는 뜻의 경술국치일은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병조약(韓日合倂條約)에 따라 일제로부터 우리나라가 주권을 상실한 날이다. 독립유공자유족회는 지난 1985년부터 국치일을 정부 추념일로 제정할 것을 촉구하며 매년 행사를 지속해 왔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민족사회단체협의회, 흥사단,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등 역사단체 회원들과 고등학생까지 약 30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참석자들, 건국절 논란 부추기는 정부여당에 ‘쓴소리’
참석자들은 최근 정부와 여당이 불러일으킨 건국절 논란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이 주도한 건국절 주장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본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건국 67주년’을 언급했다. 또한 새누리당에서도 지난 17일 건국절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같은 주장은 헌법 전문에 명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계승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건국절 논란은)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둔갑시켜 정부수립에 대거 참여한 친일민족반역자들을 건국유공자로 만들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치졸한 음모”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친일민족반역자들을 처단하지 못하는 철천지한을 남긴 대한민국은 광복 7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친일민족반역자들의 끈질긴 역사반란에 시련을 겪고 있다”면서 “남북의 갈등과 남남 갈등, 역사 왜곡과 극한 정치 대결 등 모든 잘못된 문제의 원인을 깊이 관찰해 보면 그 뒤에는 친일민족반역 세력들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각성을 촉구했다.
또한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행사에 참석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당시 건국절 발언으로 많은 분들이 상처 받았다”면서 “한마디로 가당치 않은 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면 오늘날 백범선생을 비롯해 이동영, 안창호 등 임시정부의 수많은 각료들께서 목숨 바쳤던 독립투쟁은 그저 테러리스트라는, 낭만주의자들의 운동으로 폄하되고 만다”면서 “이런 가당치 않은 논란이 생기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정치적 편의대로 똑바로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설훈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건국 68주년’을 언급하며 역사왜곡에 앞장섰다”면서 “건국 68주년은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