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08-30 07:33:17
수정 2016-08-30 07: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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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송희영 편집인 겸 주필이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규모 분식회계로 국가적 경제위기를 몰고 온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특별한 향응을 받은 게 확인되고, 자신에 이어 부인까지 대우조선해양과 얽힌 사실이 드러나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외부 압력에 자사 고위임원을 내려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 7월 18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2천억대 부동산 매각 의혹 보도로 시작된 근 40일 동안의 조선일보와 청와대 간 난투극은 일단 청와대의 승리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둘 사이의 싸움은 이보다 일찍 시작됐다. 조선일보가 4.13총선 직후 ‘총선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며 물갈이론을 제기한 것이 시작이다. 조선일보는 민심이 등을 돌린 ‘현재 권력’을 정권재창출이 가능한 ‘미래권력’으로 교체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로는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것은 곧 레임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권력을 내주는 대신 그 반대의 태도를 취했다. 우 수석을 동원하여 취사선택 된 지난 정권 비리수사로 반대파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검찰도 아니고, 청와대도 아닌 친박 강경파 국회의원을 내세워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양태도 바라보기 낯 뜨거운 일이었다. 송 주필의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선공을 취했는지, 아니면 조선일보의 ‘흔들기’에 맞선 방어였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서로의 비리 문제를 손을 들고 상대를 겨누었다는 점에서 양자의 태도는 똑같았다고 보인다.
송 주필이 물러났으니 양자의 싸움은 이제 끝날 수도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내부자들’ 간에 술잔이 오고 가는 건 우리 국민이 이미 많이 보아온 풍경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두 거대 권력이 맞붙어 싸우는 동안 국민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조선일보를 향해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몰아붙인 것은 국민들이 내심으로 짐작하고 있던 문제를 선명하게 해 주었다. 조선일보의 우병우 보도는 이른바 검찰 권력의 실체가 실제로는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쉽지 않은 문제로 병들어 있음을 보여줬다. 둘 다 부패의 냄새가 진동하는 권력집단에 불과할 뿐, 여기엔 그 어떤 정의도 없다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