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29일 여당이 누리과정 지원 명목으로 6000억원의 예산을 단독으로 증액·의결한 것에 강하게 반발해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파행 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민중의소리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31일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새누리당은 청문회와 관련이 없는 전날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처리와 관련된 문제를 줄곧 제기하며 오전 회의를 파행시키더니, 오후에는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 청문회가 진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조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대로 검증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작부터 고성·삿대질에 아수라장된 청문회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은 시작 전부터 고성으로 가득 찼다. 애초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청문회는 새누리당의 '지각'으로 1시간 가까이 늦게 시작됐다.
뒤늦게 들어온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지난 29일 누리과정 예산 관련 추경안 처리 과정을 문제 삼으며 청문회 진행을 막아섰다.
새누리당 곽상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헌법 56조를 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 각항을 증액할 수 없다고 돼있다"며 "지난번 심사의결 관련 회의록을 보면 교육부 장관, 문체부 장관의 동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위원장이 "제가 드릴 말씀이 있지만 청문회 자리에서는 적절치 않다"며 다음 회의 때 문제 제기할 것을 요구했다.

염동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새누리당 간사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유성엽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29일 여당이 누리과정 지원 명목으로 6000억원의 예산을 단독으로 증액·의결한 것에 강하게 반발해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민중의소리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앞다투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며 계속 이 문제에 대해 따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급기야 유 위원장을 향해 "사퇴하라", "자격이 없다"며 고성을 내질렀다. 유 위원장은 "사퇴 부분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회의 진행 방해는 각종 황당한 방법으로 이어졌다. 곽 의원은 과거 상임위원회 회의록을 들고와 예산안을 의결할 때 정부의 동의를 받았던 내용을 계속해서 읊었고, 같은 당 이장우 의원은 유 위원장 앞에 서서 국회법과 헌법을 줄줄이 읽어 회의 진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야당 의원석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느냐"는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였다.
이장우 의원은 유 위원장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위원장님, 이게 새로운 정치예요? 새정치냐고요! 안철수 대표님, 말 좀 해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왜 엉뚱한 사람에게 소리를 치고 그러냐"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의 거친 설전은 곳곳에서 터졌다. 감정이 점점 격해져 서로 반발과 삿대질이 오갔고, "멍텅구리", "닥치세요" 등 거친 말까지 나오면서 장내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먼저 조용히 자리를 떴다.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유 위원장은 잠시 정회를 선포했다가 회의를 속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오후 2시에 청문회가 다시 열렸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끝날 때까지 참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교문위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우리가 청문회에 불참하는 게 아니다"라며 "위원장의 부적절한 회의진행에 사퇴를 요구하고 위원장 교체를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더 이상 참여를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곧바로 퇴장했다.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여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29일 여당이 누리과정 지원 명목으로 6000억원의 예산을 단독으로 증액·의결한 것에 강하게 반발해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민중의소리
결국 조 후보자 청문회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반쪽' 짜리 청문회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야당은 청문회를 하자고 하고 여당은 하지 말자고 하는 참으로 이상하고 국회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며 "여야가 바뀌어도 이렇게 바뀔 수 있나"라고 성토했다. 이어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16년만에) 처음으로 야당만의 단독 청문회를 하는 불행한 기록의 한 페이지를 남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행이 거듭되는 동안 '청문회 주인공'인 조 후보자는 오전 내내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 자료만 뒤적이고 있었다. 잠시 정회가 됐을 때 조 후보자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에 새누리당의 '보이콧'을 두고 조 후보자 청문회와 상관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장관을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 없이 임명할 수 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아무리 후보자의 자질과 흠결을 검증하더라도 어차피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것이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조차 인사청문회에 가치를 두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드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29일 여당이 누리과정 지원 명목으로 6000억원의 예산을 단독으로 증액·의결한 것에 강하게 반발해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 개회가 지연되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변호사 남편 부당 사건수임부터 재산 논란까지
한편 조 후보자는 18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으로 지낼 당시 지위를 이용해 변호사인 배우자의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사건 수임에 부당하게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제가 정무위에서 일할 때 미처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은 부족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조 후보자는 "남편과 저는 지금까지 변호사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얘기하지 않는 걸 철칙으로 하고 있다"며 "의원으로서 국정감사를 위해 (공정위에) 일반적인 자료를 요구했을 뿐, 남편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받은 적은 추호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의 재산 문제도 계속 도마 위에 올랐다.
조 후보자는 '부부가 2011년부터 5년 동안 32억원 이상 세무소득을 벌고도 재산은 4억원 감소했다. 그동안 36억원을 지출한 셈인데 어떻게 된 것이냐'는 지적에 "저렇게 계산하면 단시간에 답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조 후보자는 "2013년 이후 남편의 소득이 재조정됐고 사업규모도 정비했다"며 두 딸의 해외유학비 등에도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2012년 1월부터 5개월 사이에 4억5천만원의 재산이 증가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교롭게도 제 불찰인데 2011년 11월30일 임대차보증금 증액을 누락했다"며 사과했다.
2000년 구입한 서울 반포동 아파트를 6년만에 매도하며 7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등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조 후보자는 실거래가로 매매한 것이라며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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