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발의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기간 보장을 위한 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6일 상임위원회 상정이 끝내 무산됐다.
여소야대로 '소수 정당'이 된 새누리당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막아선 것이다. 새누리당이 타협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특조위 활동 기한으로 못 박은 9월 30일까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어렵다.
야당 단독 법안 처리, '국회선진화법'으로 막아선 새누리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양수 의원 등 새누리당 위원 9명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의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요구서를 제출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길게는 20일간 지속한 무기한 단식을 중단하고 릴레이 단식농성으로 전환한 지 하루 만이다.
현재 농해수위는 더민주 7명(김영춘 위원장 포함), 국민의당 3명, 새누리당 9명인 여소야대 구조여서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새누리당이 꺼내든 '맞불' 카드가 '안건조정제도'다.
농해수위 더민주 간사인 이개호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지금 20일째 단식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서라도 오늘 대체토론을 거쳐서 즉각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의결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새누리당에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간사인 김태흠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차리고 수사한 이후 3년 가까이나 시간이 지났다"며 "그 속에서 특조위가 1년 반 동안 활동했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새로운 내용이 안 나왔다. 그런데 이를 더 연장하자고 법안을 제출하고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받아쳤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도 "그동안 상임위에서 항상 이 문제에 대해 여야간, 또 개인간 이견이 많았다. 또다시 이 법안에 대해 계속 논의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간극은 좁아지기 힘들 것"이라며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은 상임위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해당 안건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넘겨받은 안건을 최장 90일 동안 심의할 수 있다. 90일이 지나야 상임위의 소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새누리당이 안건조정위에서 시간을 끈다면 정부가 특조위 활동 시한으로 못 박은 9월 30일까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 기간은 6월 30일까지라고 주장하며 오는 9월 30일까지 종합보고서 및 백서 작성을 끝내고 활동을 종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로 회부한 것은 특조위 활동을 중단시키고 진상규명을 가로막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민주 위성곤 의원은 "정부가 9월 30일까지를 사실상 특조위 활동 기한이라고 못 박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한다는 것은 특조위 활동과 세월호 진상규명 자체를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 간사 이개호 의원 역시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면) 90일동안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며 "문제는 정부가 9월 말까지 특조위 활동 기한을 설정해서 강제 해산 조치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개정안은 특조위 활동 연장을 위한 것인데, 그 의미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취지와 여건을 감안해서 (안건조정위 회부 신청을) 철회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제3차 청문회 둘째날인 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진행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눈물을 흘리고 있다.ⓒ민중의소리
새누리 "특조위 활동 보장?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면서 향후 특조위 활동은 다시 안갯속에 휩싸이게 됐다. 여야가 극적으로 타결을 본다면 당장이라도 특조위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새누리당 태도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새누리당이 노골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인정하기는커녕 폄훼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특조위는 하는 일 없이 수백억원의 예산을 펑펑 낭비한 조직"이라며 "이런 조직을 연장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검토할 가치조차 없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같은 회의에서 "안건에 대해서 여야간에 대립, 이견이 있어 (야당의) 날치기가 우려될 경우에는 90일간 안건조정위에서 논의하는 안건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독려까지 했다.
당초 농해수위에서 여야간 협의에 진척이 없자 여야 원내지도부가 공을 넘겨 받았지만, 새누리당의 요지부동 태도로 인해 여기에서도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8월 12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선체 인양이 가사화됨을 감안해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활동을 계속하기로 합의하되, 조사기간, 조사주체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앞으로 원내대표가 협의하기로 한다"고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무시한 것이다. 더민주 원내 관계자는 "정치적 타결 없이 (원내에서는)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누리 김성찬 “세월호 유가족 단식이 중요하냐”
세월호 유가족 단식 중단 “야당과 ‘특조위 활동보장·특검 의결’ 방법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