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09-12 07:33:15
수정 2016-09-12 07: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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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했다. 현재까지 핵실험 중 최대 위력인 10kt 정도로 알려졌다. 이후 벌어질 일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강력 비난, 유엔 안보리 회부와 대북 제재 결정, 북한의 강력 반발과 인공위성 발사로 이어지는 강대강의 대결 반복이다. 핵실험 뿐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마다 늘 같은 모습을 10년 동안 보아왔기에 이번 핵실험 이후 상황도 과거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응은 초강경 언사만 일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며 초강경 비난을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해서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핵우산을 확인하고 시진핑 주석에게 대북 제재에 나서달라고 전화하는 것 뿐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전 대표와 원유철 전 원내대표 등은 앞 다퉈 한국의 ‘독자적 핵 무장’을 언급했고, 국방부는 지난 9일 국회에서 북한이 이상 징후를 보일 경우 평양을 정밀 타격해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철저히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 작전개념’을 공개했다지만, 군 작전지휘권 환수조차 반대하는 그들이 무슨 실력으로 한국의 독자적 핵 무장과 북한 선제 공격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알 길 없다. 결국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선 총화단결’ 분위기 조성과 자신들과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세력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국내적 정치공세 밖에 없다. 야당들의 대응도 뻔하다. 종북 공세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북핵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보수 세력들이 신나게 ‘안보’를 떠들어대지만 솔직히 국민들은 피곤할 뿐이다. 그들이 진정 대한민국의 안위를 걱정해서 북한 핵을 떠드는 것이 아니라 북한 핵을 활용하여 국내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강력한 제재, 선제 타격 운운해도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이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극언을 쏟아내던 지난 9일,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전략이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적으로 마주했을 때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곧 붕괴할 비정상적 국가로 상정하고 ‘전략적 인내’라는 명목으로 북한을 8년 동안 압박한 결과가 북한의 핵 무장력과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 강화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북한 붕괴론에 기대어 대북 제재 강화만 떠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강경론을 들고나올수록, 국민들은 최소한 전쟁 걱정은 안 하고 살았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그리울 뿐이다. 평화는 빈말과 엄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 기초한 협상에서 온다는 걸 이제는 깨달을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