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09-13 07:14:34
수정 2016-09-13 07: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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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경찰이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해 분노를 사고 있다. 사건 당시 경찰청장 강신명과 구은수 전 서울청장은 증인으로 나와 “폭력이나 다수의 위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쁜 관행”을 먼저 따지는 등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오전 내내 가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눈빛 한번 건네지 않다가 오후 들어서야 가까스로 “인간적으로 심심한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경찰 총수로서의 공식사과는 “정당한 법집행”이라는 이유를 들어 끝내 하지 않았다.
핵심증인인 충남경찰청 소속 최모 한모 경장 두명의 당일 살수차 운영요원들에게는 가림막이 쳐졌다. “얼굴이 공개되면 법집행을 하는 공무원으로서 신상털기 등이 진행돼 업무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이들의 가림막 설치 요구였다. 이런 배려 속에서도 대본을 읽는것 같은 두 경찰관의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답변이 이어져 방청객들의 빈축을 샀다.
야당의원들은 두 경장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청문감사중간보고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 수사와 소송이 제기된 상태라 자료가 공개되면 혼선이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이 아닌 이상 국회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보고서가 제출되면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충남살수09호차 운용요원에 대한 경찰측 신문사항을 날것대로 볼 수 있어 사건진상파악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일의 지휘계통이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경찰측이 사건진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중총궐기 당일 시위의 폭력성과 위법성을 부각시키는데에 혈안이 되었다. 청문회는 총궐기 시위가 대상이 아니라 경찰의 살수차 운용의 고의성과 위법성을 밝히는 자리였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경찰수장, 신변보호를 이유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살수차 운영요원들, 핵심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경찰당국, 이를 비호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힘을 모아 청문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강신명 전 청장 증언대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든지 경찰에게 돌을 던진 것은 없”는 맨주먹의 농민의 머리를 향해 직사포를 조준발사한 것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국가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청문회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들 또한 그에 못지 않은 범죄다. 그래놓고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우기며 오히려 그날 폭력시위에 책임을 돌리려고 하고 있다. 너무 뻔뻔하고 오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