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09-19 07:30:19
수정 2016-09-19 07: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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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한국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드러냈다. 반 총장은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해 한국민에게 그간의 활동을 보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별다른 휴식이나 자기 정리 기간 없이 곧바로 귀국하겠다는 건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리를 함께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반 총장에 대선 출마를 권유하니까 안 하겠다고 안 하더라”며 “결심을 굳힌 것으로 봤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정 원내대표는 아예 김종필 전 총리의 응원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전 총리는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반 총장이 귀국해 새누리당을 기반으로 대선 레이스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반 총장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한국 대선에 도전하는 것은 국제 관례에서도 흔한 것은 아니다. 또 일각에서는 이런 행동이 국제기구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성공한 한국인으로서 반 총장의 경험이 다른 자리에서 잘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출마의지를 비난하기만 할 까닭은 없어 보인다. 반 총장은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단순한 인기도로 낮추어 볼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반기문 대망론이 실현되자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 총장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 수장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 반대편 정당이라고 할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 총장의 정책적 정체성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는 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이다. 야권의 대선후보들이 강세고, 여권이 뚜렷한 대선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 반대의 경우엔 야당 후보로 나섰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기회주의는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수도 있지만, 길게 볼 때 결코 한국 정치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없다.
반 총장이 김종필 전 총리 등의 후원에 힘입어 이른바 충청-영남 연합을 추구한다면 이 또한 불행한 일이다.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는 반드시 소외된 지역을 만들어내고, 이는 아무런 맥락 없는 정치적 분열을 깊게 한다. 여당의 대표가 호남 출신이고, 제1야당의 대표가 영남 출신인 지금, 지역 연합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퇴행을 의미할 뿐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이 넘어야 할 가장 힘든 산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이뤄놓은 그 무엇이 없다는 사실이다. 반 총장은 미국의 쇠퇴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나타난 여러 가지 새로운 현상을 다루는 데서 아무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강대국의 눈치를 보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정치에 지나친 관심을 쏟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뚜렷한 소신도, 정책적 줏대로 없이 이리저리 기회를 엿보면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