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일사천리 설립허가...전경련, 800억원 출연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6-09-20 11:36:38
수정 2016-09-20 11: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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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재벌들로부터 거액의 출연금을 받아 설립된 재단법인 K스포츠의 설립과 운영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받은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이 똑같은 미르재단에 대해서도 최씨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과거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한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다. 전 남편 정윤회 씨는 2014년말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문으로 정국을 뒤흔들었던 '정윤회 문건'의 핵심 당사자이기도 하다.
2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운동기능회복센터(CRC)' 정동춘(55) 원장을 앉혔다. 정동춘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머리 마사지>, <발을 자극하라, 허리가 좋아진다> 등 외국인이 쓴 스포츠마사지 책자를 번역한 관련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이 센터와 가까운 곳에 살던 최순실씨는 5년 넘게 정동춘 이사장으로부터 직접 치료와 상담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춘 이사장에게 최순실씨는 '단골손님'이었던 것이다.
최순실씨는 올해 초부터 자신이 잘 아는 주변의 체육인들에게 K스포츠재단의 취지를 설명하며 재단 이사장 등의 자리를 제안해왔는데, 정동춘 이사장에게도 직접 제안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춘 이사장과 함께 해당 센터를 운영한 적이 있는 이모 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저도 최순실님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참여) 제의를 받았다"며 개인적 사정으로 자신은 참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 박사님(정동춘 원장)은 인품도 훌륭하고 스펙도 준비가 된 분이니 최순실님이 제안을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동춘 이사장은 이 매체에 "최순실씨는 우리 고객의 한 사람"이라면서도 "재단 이사장 제안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어떤 사람하고 연결이 돼 연락이 왔다"고 해명했다.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설립 과정부터 돈줄까지 '판박이'인 두 재단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이 설립되는 과정에서부터 그동안 두 재단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돼왔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두 재단은 설립 과정이 거의 '판박이'였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신청을 했는데 불과 하루 뒤에 허가를 받았고, K스포츠재단 역시 올해 1월 12일 설립신청을 했는데 바로 다음날에 허가를 받았다. 통상 일주일에서 한 달 걸리는 설립 인허가 절차가 하루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게다가 인허가 당일 재단의 현판식까지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두 재단의 정관 내용과 창립총회 회의록에 명시된 회의장소, 안건, 분량까지 거의 똑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립 자금은 10대 재벌을 비롯한 기업들이 마련했다. 두 재단을 설립하는 데에 참여한 전경련의 19개 기업들은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갹출했다. 출연금은 기업 규모별로 거의 비례했다. 예를 들어 K스포츠재단의 경우엔 그룹별로 삼성에서 79억원, 현대차에서 43억원, SK에서 43억원, LG에서 30억원, 롯데에서 17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재계 순위가 높을수록 출연금도 컸던 것이다.
이를 두고 정권 차원에서 압력을 행사하지 않고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거액의 출연금을 내긴 힘들 것이라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거액을 모아놓고도 두 재단 모두 최근 '개점 휴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장을 제외하고 이사 등 일부 구성원들이 사임하는 등 자리를 비운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관련 보도를) 봤는데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에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