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09-26 07:43:22
수정 2016-09-26 07: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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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는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한 데 이어, 25일에는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현행 헌법에서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경우나,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경우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따른 경질이라는 형식으로 국회의 뜻을 따랐다. 헌법이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 절차를 둔 것은 권력의 분립과 견제를 전제로 한 것이다. 비록 건의라고 하나 그 뜻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 장관의 경우엔 처음부터 국회의 ‘부적격’ 의견이 전달된 경우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청해 놓고, 그 결과를 아랑곳하지 않고 장관임명을 강행했다. 김 장관은 임명 다음 날 “지방 학교를 나온 흙수저라 무시당했다”고 했는데, 이는 국회의 기능 자체를 무시하는 막말이었다. 임명 과정이나 임명 이후나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것일 뿐이다. 여기에 장관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었는데도 무시하겠다는 것이니, 아예 국회가 없는 셈 치자는 게 더 솔직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오기는 날로 그 도가 심해지고 있다. 후보 시절만 해도 박 대통령은 최소한의 말은 듣고, 조금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인혁당 등 박정희 정권 시절의 일에 대해 사과한 것이나, 경제민주화 같은 공약을 받아들인 게 그랬다. 그러나 집권 이후 박 대통령은 누구의 말도 듣고 있지 않다. 같은 집권당의 지도자가 내놓은 정책 문제에 대해서는 ‘배신의 정치’라고 내쳤고,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이 측근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자 ‘국기 문란’이라고 짓눌렀다. 이런 독선은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이루어졌는데도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런 대통령의 입장에서 국회의 ‘건의’쯤은 얼마든지 묵살해도 될 일처럼 보일 것이다.
현행 헌법 이전에 마지막으로 장관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은 1971년 3공화국 시절이다. 당시 야당이 제출한 해임건의안에 동조했던 여당 의원들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끌려가 두들겨 맞고, 수염이 뽑히는 원색적 폭행을 당했다. 군사쿠데타로 성립한 당시 박정희 정권과는 달리 지금 정권은 국회의원들을 데려다 두드려 패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인가? 자신만 옳고 자신에게 반대하면 모두 다 틀렸다는 사고는 여전하니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