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6일 자신은 '끝'을 보는 사람이라며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 농성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 마련된 단식 농성장에서 "저는 다수당의 횡포를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털끝만큼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하는 세력은 처음 봤다"며 "제 성격이 본래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그냥 어영부영 협력하려면 시작도 안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거야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선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다수당의 횡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주먹 센 사람, 돈 많은 사람, 권력 있는 사람, 숫자 많은 사람, 힘 있는 사람들이 힘 없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약육강식(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세균 의장이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강력한 제 의지를 보일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는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표결 처리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날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도 진행중이다. 김무성 전 대표를 시작으로 시작된 1인시위는 새누리당 의원 129명 전원이 참여하는 가운데 무기한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 체제를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은 조원진 최고위원이 맡고 김성태(서울 강서을) 의원이 '정 의장 사퇴' 추진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비대위 체제에서는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7시 하루 두 차례 의원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같이 결정한 뒤 정진석 원내대표는 "향후 투쟁방향과 구체적 행동요령은 수시로 비대위에서 논의할 것이고, 소속 의원들과 실시간 소통으로 행동방침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정 의장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를 관철시킬 때까지 새누리당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야당은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농성을 두고 '명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필리'밥'스터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던 새누리당이 의회민주주의 운운하며 단식하고 1인시위하는 자학 개그에 국민들은 웃기도 민망하다"며 "더 늦기 전에, 더 망가지기 전에 돌아오라. 길이 아니면 되돌아서라. 그 길이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여야 대치정국을 풀어내야 할 집권여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겠다면 소는 누가 키우라는 말인가"라며 "어떤 깊은 전략이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어버이연합 의혹이나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이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표결 처리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농해수위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오전질의를 마친 뒤 대기실로 이동하고 있다.ⓒ양지웅 기자